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의장은 당 쇄신 방향에 대해 “계파의 이익을 챙기거나 주도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는 쇄신으로는 안된다는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나라 ‘비대위 권한’ 새 불씨
친박 “총선전 전당대회땐 계파다툼 당 혼란”
쇄신파 강력 반발…“총선은 신당·새 지도부가”
친박 “총선전 전당대회땐 계파다툼 당 혼란”
쇄신파 강력 반발…“총선은 신당·새 지도부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이 “전권을 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내년 4월 총선까지 지휘해야 한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11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소장·쇄신파 쪽은 박 전 대표가 지나치게 기득권을 행사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박 전 대표와 주말에 통화해보니 비대위원장을 맡되 전권을 갖고 4월까지 당 쇄신과 공천, 총선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만일 이 구상이 권력투쟁으로 여겨져 당 분열이 심해진다면 박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을 뜻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 의원도 “박 전 대표는 애초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날 때부터 공천권을 쥐고 내년 총선까지 치르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친박계 내부의 주장은 내년 4월까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지 말자는 얘기다. 친박계는 ‘미니 전당대회’인 당 전국위원회를 열어 공천권한을 행사하는 최고위원회의 구실을 비대위가 대신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핵심 의원들은 이런 박 전 대표의 뜻을 황우여 원내대표와 쇄신파 의원 등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쪽이 비대위원장 체제를 총선까지 유지하자고 하는 것은, 총선 전에 전당대회를 연다면 당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 친박 의원은 “만일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당내 대선 주자들이 모두 출마해 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고, 쇄신과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싸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당이 다시 ‘봉숭아학당’이 돼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열 경우,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만들고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당권-대권 분리 규정(당 대선 경선 후보자는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선출직 당직을 맡지 못하게 한 규정)을 사실상 스스로 고쳐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헌·당규까지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박 전 대표 뜻을 측근 의원들을 통해 전해들은 쇄신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두언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의 사명은 신속히 재창당을 완수하는 것까지”라며 “총선은 신당, 새 지도부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없이 총선까지 전권을 쥔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달라는 이야기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추대를 위해 전국위를 열어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쪽이 강하게 반발해 엉망이 될 게 뻔하다. 우리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의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다른 대선 주자들과 달리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상 대선 8개월 전까지 지금의 당 대표보다 막강한 권한을 쥐겠다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안에서도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라는 정공법을 통해 합당한 전권을 쥐는 것이 제일 잡음이 적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금이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성연철 황준범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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