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노리는 이들이 돈 대 유력후보 쉽게 수억 모아”
“빨대·도시락 끼고 톨비내야” ‘스폰서 전대’ 적나라한 고백
“국회의원·당협위원장에 기본 300만~500만원씩”
“빨대·도시락 끼고 톨비내야” ‘스폰서 전대’ 적나라한 고백
“국회의원·당협위원장에 기본 300만~500만원씩”
한나라 ‘금품전대’ 줄잇는 증언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한테서 돈봉투를 받았다고 밝힌 뒤 ‘금품 전대’를 둘러싼 구체적인 증언과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한 인사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대를 치르려면 ‘빨대’나 ‘도시락’으로 불리는 스폰서를 끼고 대의원들에게 통과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전당대회에 드는 비용은 순회 연설과 홍보물 제작, 선거운동원 식비 등 합법적인 비용과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려고 내는 이른바 ‘톨게이트비’ 등 비합법적인 비용으로 나뉜다”며 “합법 비용만 해도 기본적으로 수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직표 가동이 가능한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겐 기본으로 ‘출석부용’(지지의사 확인용)으로 300만~500만원씩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와 전대에 참가하는 버스 한 대당 비용이 밥값과 뒤풀이 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300만원가량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현장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장사진을 이루는 게 통상적인 풍경이다.
이 인사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나도는 근본 원인으로 당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당직 인사권과 비례대표 공천권 등을 꼽았다. 그는 “당 대표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당직이나 비례대표 공천을 노리는 사람들이 돈을 대는데, 이들은 정치권에서 소위 ‘빨대’나 ‘도시락’으로 불린다”며 “이들은 자신의 이권이 걸려 있어 나중에도 돈을 댄 사실을 절대 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지지하고 당내 실세들이 지원하는 유력 전대 후보들은 억 단위는 쉽게 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2010년 전대에서 1000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전대에서 한 원외 당협위원장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돌린 후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2010년 7월 전당대회에 후보로 출마했다가 “더럽고 치사하다”며 중도사퇴했다. 조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당세가 약한) 자갈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지구당위원장(현 당협위원장)들에겐 관행적으로 돈봉투가 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두 케이스, 그런 케이스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 의원이 돈봉투가 오갔다고 한 2008년 전대나 2010년 전대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나라당 한 의원은 “기본적으로 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에겐 500만원씩 준다”고 말했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도 “당세가 취약한 곳의 당협 위원장들 사이에선 전대가 (각 후보자들로부터) 활동자금을 받는 대목이라고 말을 한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구로 갈릴리교회 목사는 “부패에 익숙한 한나라당의 체질이 좀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제 버릇을 (남) 못 준다고 계속해서 그런다”며 “이런 일이 터지기 전에 좀더 긴장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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