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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희태 대표 만들기’ 작전…친이 무리수가 화 불렀다

등록 2012-01-09 20:49

2008년 7월 친이쪽 밀 인물 없자 박희태 내세워
“인기·명분 없는 후보가 돈없이 어떻게 이기나”
한나라당을 ‘공황’ 사태에 빠뜨린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은 당시 ‘무리한 박희태 대표 만들기’가 화근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08년 7월 전대 전까지 박희태 국회의장은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명함도 들고 다니지 않은 평당원”이었다. 당내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그였지만 4월 18대 총선에선 친이-친박의 치열한 다툼 속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총선 뒤 박 의장은 친이계가 미는 당 대표 주자로 추대되다시피 전당대회에 나섰다. 당시 친이계는 이재오 의원의 낙선 탓에 당 대표감이 마땅치 않았다. 한 서울 의원은 “당시 청와대와 이상득 의원이 박 의장을 당 대표로 밀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친이들 사이에서 이재오 의원의 공백을 메울 인사가 없었다”며 “당시 박 의장은 궁색한 대안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의 ‘대표 대안 부재’ 상황이 공천에서 떨어진 인사를 당 대표로 사실상 추대하도록 만든 셈이다.

당헌·당규에 국회의원의 전대 캠프 참여는 금지돼 있지만 당시 친이계 쪽은 안경률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고, 정의화 의원과 고흥길 의원이 고문, 김효재 청와대 정무무석이 메시지 담당을 맡는 등 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모로 활동했다. ‘이명박 경선 캠프 축소판’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명분이 부족한 탓인지 당시 선거전은 박 의장이 1위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양상이었다. 당 안팎에선 “불과 몇달 전 당이 공천에서 탈락시킨 사람을 어떻게 당 대표로 내세울 수 있느냐. 그 자체가 코미디다”, “집권 첫해 청와대가 당을 거수기 체제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선 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업고 박 의장을 압박했다. 실제 선거 결과에선 박 의장은 여론조사에선 30.1%를 기록해 46.3%를 얻은 정 전 대표에게 크게 뒤졌으나 ‘조직의 힘’이 위력을 보이는 대의원 투표에서 13%포인트 차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돈봉투는 이렇게 명분이 부족한 후보를 인위적으로 당 대표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는 당시 사석에서 “다른 후보들이 금품을 살포한 정황과 구체적인 물증도 있지만 점잖지 못하다고 할까봐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 안팎에서 명분이 달리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무리수와 돈을 돌리는 관행이 합쳐져 결국 돈봉투 사건이 터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공천도 못 받고 인기도 없는 사람을 청와대 등이 억지로 대표를 만들려니 돈을 안 쓰고 어떻게 하느냐”며 “책임은 청와대에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됐던 돈도 결국 친이계가 만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박희태 의장도 자기 돈이 좀 있지만 친이계 일부 인사도 나름대로 좀 보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의장의 재산이 많으니 일정부분 거기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해 3월 재산신고에서 74억원(공시지가)에 이르는 서울지역 부동산을 포함해 97억원을 신고했다. 또다른 한 당 관계자는 “당시 박 의장을 도왔던 의원이나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 등이 일정부분 ‘출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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