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6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질서유지단이 앉아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007년 경선’ 어땠기에…
박근혜도 당시 연설회서 “지금 돈선거로 경선 오염”
박근혜도 당시 연설회서 “지금 돈선거로 경선 오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8월20일)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7년 8월13일.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경기 안양 합동연설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지금 돈선거와 공천 협박으로 경선이 오염되고 있다. 아무리 돈을 쓰고 줄을 세우고 공천 협박을 해도 동지 여러분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는다.” 이명박 후보 쪽의 돈선거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한 셈이다. 그는 같은 해 7월31일에도 “돈 선거 이야기가 들리는데 클린 선거를 위해 감시와 견제역할을 철저히 잘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금품선거 공방은 치열했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 승리=본선 승리’로 받아들여진 데다 경선 결과 역시 이 후보의 1.5% 포인트 차(2452표 차) 신승일 정도로 격렬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금품선거 공방은 특히 경선 막바지에 극에 달했다. 이명박 후보 쪽의 장광근 대변인은 8월5일 “박 전 대표 쪽의 김성조 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공약 비방 유시시(UCC)를 제작하는 대가로 1천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사흘 전인 8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땅투기로 국민경제와 공직을 어지럽힌 자금이 당내 경선까지 오염시키는 징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 후보 쪽의 ) 일부 사조직, 공조직 책임자들이 돈벼락을 맞았다는 얘기가 뒤숭숭하게 돌아다닌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 쪽은 “검증 과정이 막바지가 되니까 (이 후보 쪽이) 사조직을 가동해 가족이나 측근 의원들 중심으로 동창회, 향우회 등이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며 “돈이 많은 후보이다 보니 매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선 이명박 후보 쪽이 1억원이 넘는 수표를 호남 지역 당원협의회장에게 돌렸다고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다가 취소한 적도 있었다.
이명박-박근혜라는 양강 구도에서 소외됐던 홍준표 후보는 7월30일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마지막에 연설을 하니 3만원, 5만원 받고 온 분들은 다 가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 그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선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란 반응이 나왔다. 양쪽 캠프의 금품 선거 공방이 가라앉지 않자 선거관리를 맡았던 당직자들은 “돈 문제가 제일 걱정이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준표·원희룡 의원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금품선거’ 가능성을 제기한 게 아주 뜬금없는 얘기는 아닌 셈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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