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근혜 위원장을 쳐다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쓴소리 접고 총대 멘 김종인
산업화시대 피해자 발언에 적극 방어 나서
공천 논란 두고도 “우편향으로 보기 어려워”
문재인엔 “당선 두려운듯”…문쪽 “충성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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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논란 두고도 “우편향으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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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신체제에 구체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15일 발언은 산업화 시대 피해자에 대한 박 위원장의 ‘제한적’ 사과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은 박 위원장의 유신 관련 발언이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불완전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한 9개 지역 민방 초청 토론회에서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저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그분들께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상임고문은 14일 트위터에 “박 위원장의 말이 참 아쉽다. 피해는 안타깝지만 당시 국가권력은 정당했다는 말로 들린다”며 “유신체제의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 유린이 잘못이었는지 아닌지 박 위원장께 묻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라는 말에는 당시 국가권력은 정당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유신체제의 잘못에 대해 한번도 정면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저는 박근혜 위원장이 과거 유신체제, 관의 민주주의 억압, 인권 유린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지 아닌지를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싶다”며 “차기 지도자가 어떤 정치 철학을 지녔는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가 국민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앞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은 자리에서 “아버지 (집권) 시절에 많은 피해를 입고 고생한 것을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고, 2007년 6월 대선 경선 출마선언에서는 “아버지 시대의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며 “유신 체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다만 당시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거나 희생된 분들에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의 발언은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논란을 연좌제로 규정해 조기 봉합하면서 문 상임고문에 대해서도 강한 견제를 가한 셈이다. 문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문 상임고문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원칙적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김 위원이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일종의 충성 발언을 한 것인데, 굳이 뭐라 대꾸할 가치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관해서도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 선을 긋기보다는 총선에서 왜 다수 의석이 필요한지를 (국민에게) 설득해야 할 입장에 있다”고 말해, ‘인위적 차별화’에 반대하는 박 위원장과 코드를 맞췄다. 그는 지난 1월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에둘러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에 관해서도 그동안 “당에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달리 “우편향으로 기울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까지 나성린, 유일호 의원 등 친기업 성향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지만,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뚜렷한 인물은 공천하지 않았다.
쓴소리를 거듭해온 그가 박 위원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이제야 ‘언행일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김 비대위원이 껄끄러운 소리를 하면서도 사석에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젠 작심하고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참모는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박 위원장의 카리스마로 총선이 승리할 전망이 보이니까 표면적으론 거리를 둬 왔던 모습을 버리고 적극 돕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손원제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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