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인 문대성 당선자 등과 관련해 “만약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출당거부 문대성 “박위원장 뜻” 언급하자
새누리 ‘불똥튈라’ 발칵…뒤늦게 출당절차
새누리 ‘불똥튈라’ 발칵…뒤늦게 출당절차
새누리당이 19일 논문 표절 의혹이 짙은 문대성 당선자에 대한 출당 절차에 들어갔다. 전날 문 당선자가 “(사실 확인 뒤 결정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느냐”며 박 위원장을 핑계삼아 탈당을 거부하고 나서자 뒤늦게 격앙하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선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고 잡음도 있는 것 같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하게 문 당선자를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실 확인 뒤 처리할 문제로, 더는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며 재론의 여지를 두지 않았던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새누리당은 25일 윤리위원회(위원장 김기춘 전 의원)를 열어 문 당선자 처분 문제를 논의한다. 한 당직자는 “출당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아예 의원직 사퇴를 시켜 새 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문대성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견제와 소통이 부족한 ‘박근혜당’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이 많다. 박 위원장이 ‘사실 확인 뒤’라는 지침을 밝히자 당은 비난 여론을 뒤로한 채 “기다리자”는 쪽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문 당선자가 18일 탈당 거부의 명분으로 ‘박 위원장의 지침’을 거론하며 박 위원장을 끌어들이고 나서자 당은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당은 저녁에 급히 주요당직자회의를 소집한 뒤 출당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상일 대변인은 “문 당선자는 박 위원장을 팔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별도의 구두논평을 내기도 했다. 문 당선자의 도덕성과 직결된 표절 문제엔 인내심을 발휘하던 당이 박 위원장으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자 화들짝 놀라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옛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구로 갈릴리 교회 목사는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이미 (사실 확인 뒤 조처라는) 가이드라인 비슷한 것을 준 상황에서 어떻게 당이 감히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박 위원장이 당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중진 의원은 “총선 뒤 당 안에서 박 위원장의 의중이나 심기가 가장 우선되는 기준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알아서 눈치를 보는 매우 권력 복종적인 현상이 생겼다”며 “국민이 ‘박 위원장이 아직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는데도 이러는데, 되면 오죽하겠느냐’는 인상을 받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당내 주류를 점한 친박계가 일선에서 물러서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영남 친박 당선자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당내 혼란을 수습하려고 동교동계가 일선에서 물러난 일이 있는데 이런 사례를 따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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