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새누리당 친박근혜계는 불쾌한 기색이었다. 배후에 청와대의 뜻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비쳤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22일 “바로 사흘 전만 해도 김 지사 쪽에서 ‘이번 대선엔 지사직에 전념하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겠다’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알려와 덕담까지 건넸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꿔 출마를 하는 걸 보니 분명히 배후가 있는 것 같다. 김 지사가 이재오 의원을 만났다고 하는데 (박 위원장을 견제하려고)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던지고 대선후보로 나서려 했던 것도 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었던 것 아니냐”며 “천신만고 끝에 총선에서 승리를 해 놨는데 (청와대가) 또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참모도 “청와대가 참 끊임없이 박 위원장의 대선을 방해하려고 준동을 하는 것 같다”며 “김 지사 역시 청와대의 기획상품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지사의 측근인 임해규 의원은 “그렇게 음모론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한 얘기”라고 반박하며 “김 지사가 경선에 나오는 게 박근혜 위원장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김 지사의 향후 행보가 박 위원장의 대세론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한 친박 부산 의원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도 사퇴로 당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는데 김 지사도 그런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 의원도 “최악의 경우 이번 일이 여권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지사가 처음부터 경선룰 개정을 들고나온 것을 보면 이를 빌미로 경선 불참이나 경선 불복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다들 엊그제까지 (총선에서) 살아보겠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정신없더니 물 위에 건져놓으니까 야단”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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