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일방적 두둔부터…박근혜 ‘단정 화법’ 도마

정준길 ‘협박전화’ 논란 일자
“친구사이 통화 침소봉대” 일축
결국 거짓말로 드러나 타격

측근·가족 등 주변의 비리 의혹이나 잘못은 일단 일축하고 보는 ‘박근혜식 단정 화법’이 다시 비판받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금태섭 변호사에 대한 ‘안철수 대선 불출마 종용·협박 의혹’이 불거진 뒤, “친구 사이 통화를 너무 침소봉대하고 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이런 것도 구태”라며 안 원장 쪽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 “운전을 하면서 전화했다”던 정 전 위원의 말이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그를 감싼 박 후보도 궁색하게 됐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외려 구태적인 정치 공세를 편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바뀐 상황에 관해 박 후보가 입장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이 사건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 후보의 ‘단정 화법’은 현영희 의원 돈공천 의혹 사건 때도 나타났다. 박 후보는 당시 “금품수수는 개인비리인 것이지, 당이 헌금을 받은 건 아니지 않으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뒤에야 “이런 시비 자체가 일어난 것에 송구스럽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박 후보는 지난 2월 진영아 전 공천심사위원이 허위 경력과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여 사퇴하고 나머지 공심위원 일부도 자질 논란이 일 때도 단문으로 발언했다. 그는 “(진 위원) 사퇴했는데 자꾸 토를 달고 이런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파문 확산을 차단하려 했다. 박 후보는 지난해 동생 박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에 관해서도 “본인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말해, 검찰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박 후보의 ‘단정화법’을 두고 의혹 확산을 미리 차단해 자신이 질 부담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선 거꾸로 여러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후보 스스로 차단해 나중에 또다른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선거기구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또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에겐 마치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당신들도 의심하지 말라’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며 “미리 단정했다가 나중에 사과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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