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 셋째)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체제에 돌입해 원내·외 투쟁을 이끌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원내외 병행투쟁’ 강공 선회
김한길 대표, 킹 목사 연설 인용
“어두운 과거로 돌아갈순 없어” 비상의총서도 강경발언 쏟아져
내일 당차원 별도로 촛불집회 국조파행 책임 부담 ‘병행’ 선택
청문회 연기 등 여전히 변수로 국회의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국정조사에 집중하던 민주당이 31일 원내외 병행 투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인용해 “우리는 홀로 걸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 우리는 항상 앞으로 행진할 것이라는 맹세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어두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라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는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비롯한 국기문란 행위 규명을 위한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이미 합의된 국정조사 일정과 민생 관련 국회 활동은 계속하되,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며 당 차원의 촛불집회 전면 참여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당 안팎의 들끓는 여론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전 10시10분부터 2시간30분가량 열린 긴급비상의원총회에선 “지도부의 맹성이 필요하다.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설훈 의원),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합리적·비상식적 행태를 계속하면 국민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이목희 의원),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싸우는 의지”(이학영 의원)라는 강경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가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를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지지층의 요구조차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채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무력화 전술에 맥없이 밀리고 있는 만큼 국민 여론에 직접 호소하자는 것이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발언한 14명의 의원들이 모두 이런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조 특위 위원들이 조직적인 ‘태업’으로 국정조사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상황을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는 정서도 반영됐다. 김한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여름휴가를 운운하며 국조를 모면하려는 여당의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문 초안엔 없던 이 대목은 새누리당이 ‘여름휴가’를 빌미로 국정원 기관보고를 늦추고,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각각 외국 출장과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국회를 비운 행태를 겨냥한 것으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로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규명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 등 민주당의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전면적인 원외 투쟁이 아닌 병행 투쟁을 선택한 것은, 스스로 요구해 관철시킨 국정조사를 제 손으로 파행시킬 경우 떠안게 될 부담을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당 지도부가 특정계파에 휘둘려 국회를 버렸다’는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의 공격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읽힌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는 것은 국조가 국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압박하는 것이다. (원외 투쟁을 하더라도) ‘을 살리기’ 같은 민생 입법은 계속 병행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때문에, 민주당은 이미 시작된 촛불집회에 당장 전면적으로 합류하기보다는 여론의 추이와 새누리당의 태도를 봐가며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다. 2일 오후 4시 민주당 차원의 촛불집회를 별도로 열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야가 오는 12일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끝내기로 한 국정조사 일정을 연기해 증인·참고인 청문회를 여는 카드도 아직 살아 있기는 하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런 제의에 “어제 요구(증인 출석 확약 및 불출석시 동행명령 합의)가 최후통첩”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으로서도 큰 성과 없이 국조를 끝내서는 손실이 크다. 국조특위의 한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일, 밝혀낼 수 있는 일이 아직 많다. 이대로 국조를 끝내기는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시사게이트#6] 국민을 위한 국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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