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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청와대, 민주당에 기껏 전화해서
“김한길 대표 양복 입고 오세요”

등록 2013-09-15 20:01수정 2013-09-16 09:37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수석, ‘3자 회담’ 의제는 “윗분 말씀이 없으셔서”
민주 “의전에만 관심 갖는 정무수석은 의전과장 수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의 핵심 의제에 대해선 ‘윗분의 뜻’을 핑계 삼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회담 때 ‘양복에 넥타이 차림’을 요구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회담의 내용은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박 대통령에 대한 의전과 예우를 갖추는 데만 온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노웅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 때 김 대표가 정장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와 달라”고 요구했다. 노 의원은 “국정원 개혁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냐”고 물었지만, 박 수석은 “윗분(박 대통령)이 말씀이 없으셔서 (그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양복 대신 남방셔츠와 면바지, 캐주얼화로 바꿔 입고 각계 인사들을 만날 때도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예방했을 땐 “복장도 좀더 단정히 하고 와야 되는 걸 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이런 차림으로 뵙게 된 것이 죄송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비정상적이 아닌가 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꽉 막힌 정국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옷차림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굳이 회동의 ‘드레스 코드’를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지정한 것은 김 대표의 이런 ‘패션 시위’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윗분’을 핑계로 일방적인 태도를 보인 건 박 수석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3자 회동을 제안하겠다면서도, 의제와 관련한 전 원내대표의 질문엔 “윗분의 말씀을 전할 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몇 시간 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역시 의제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고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같은 말을 들었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정무적인 역할도 해야 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윗분 뜻’에 복종만 하는 봉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적 관심사인 의제는 ‘윗분’의 지침이 없어서 말할 수 없다면서, 김 대표의 복장과 관련해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게 영수회담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예의냐. 의제는 나 몰라라 하고 의전에만 관심을 갖는 정무수석은 (청와대) 의전과장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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