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국민연금제도 위협 지적
부자감세 철회해 재원 마련 촉구
“졸속공약 발표…무책임의 극치”
부자감세 철회해 재원 마련 촉구
“졸속공약 발표…무책임의 극치”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최종안 발표를 하루 앞둔 25일, 민주당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정부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먹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당 지도부와 대변인,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등 가능한 모든 이들은 정부안과 박 대통령의 태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공약이 국민연금 또는 소득과 연계한 차등지급안으로 변질돼, 수급권자인 노인층은 물론 국민연금 납부자까지 손해를 보게 되는 만큼 반발여론이 드세질 것으로 판단하고 당 차원에서 총공세를 벌이는 듯한 모양새다.
우선 민주당은 정부안이 국민연금제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어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돈이 없어 공약을 지킬 수 없다며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에 사용하겠다는 말을 흘리는 등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계속 흔들어왔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차등지급안과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급안 중 어떤 안을 선택하든, 두 안 모두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급여액을 깎는 삭감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원내 대변인도 “연금제도가 유지되든 말든 현 정권은 알 바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대로라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기초연금을 받고 싶으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말고, 가입했던 사람들은 탈퇴하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민주당은 또,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인정하고 부자감세 철회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회의’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연간 18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다. 이 돈으로 추가소요될 기초연금 재정 10조원을 충당하는 등 복지공약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박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음이 드러났다. 재원이 부족해 복지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부자감세와 재벌특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 변질을 ‘노인 상대 사기행각’에 비유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다 드릴 수 있고, 제가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꼭 이것을 실행하려고 한다”(2012년 12월16일 대통령 후보 방송 토론회),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의 형편이 어려워진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2013년 1월 인수위 회의) 등 박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공약 파기가,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엉터리 건강식품과 물건을 떠넘기는 저잣거리 사기 행각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 문제는 단순히 공약 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정책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마땅한 선거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해버리는 작태”라며 “표를 얻기 위해 졸속 공약을 발표하고서 이제 선거는 끝났고 열매는 수확했으니 ‘나는 모른다’는 식의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이는 게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불리길 원하는 박 대통령의 정체냐”고 따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박 대통령은 ‘조변석개 정치인’인가 [한겨레캐스트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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