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들어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의화 의장 남북국회회담 제안에
“원내대표 의견 수렴해야”
노골적으로 불쾌감 밝혀
세월호 등 쌓인 앙금 탓인듯
“원내대표 의견 수렴해야”
노골적으로 불쾌감 밝혀
세월호 등 쌓인 앙금 탓인듯
정의화 국회의장이 다음달 북한에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곧바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정의화 의장이 국회 본회의 법안처리 의결을 야당 뜻을 받아들여 연기하자 ‘사퇴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다.
이 원내대표는 13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 국회회담은) 그 이후 판단해야 한다”며 “국회 구성원과 긴밀히 협의해야 하고 교섭단체 대표와도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순방 중인 정 의장이 1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다음달 말까지 북한 쪽에 남북 국회회담을 정식 제안할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회담을 제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직설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 의장이) 대통령에게 (국회회담 추진 뜻을) 전할 정도가 되면 교섭단체장한테는 조율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북 국회회담은 정 의장이 국회의장 경선 때부터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정 의장 쪽은 “취임 뒤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해왔고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도 협의해왔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정 의장과 이 원내대표의 ‘쌓인 감정’ 때문이라는 해석이 짙다. 둘은 15대 총선 때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 ‘20년지기’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이 원내대표가 정 의장에게 상당한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친박근혜계)으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반면, ‘비주류’ 출신 정 의장은 야당과 유가족을 배려하면서 여당의 독주를 저지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장이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도 여당이 처리를 주장하던 계류 법안들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하자,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국회의장이 여당 편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당 원내대표가 ‘무례’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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