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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합구 대상 지역구 의원들 ‘바쁜 계산’

등록 2014-11-16 22:22수정 2014-11-17 08:47

거물 몰린 부산, 끼인 중·동구 입길
경북 6·호남 6 “의석수 감소 최소화”
떼고…붙이고…게리맨더링 거론
강원 2곳 합치면 도의 절반 울상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여의도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하한 인구에 못 미쳐 선거구가 통폐합 대상에 든 의원들은 최근에는 ‘장기전’에 대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지만, 속으로는 선거구 경계선 재조정부터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편 등 생존 대책을 구상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 수(246개)를 유지하면서 헌재의 결정을 따르려면, 한 선거구의 인구는 최소 13만8984명, 최대 27만7966명(2014년 9월말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 이대로 하면 25개 선거구가 하한 인구수에 미달해, 인근 선거구와 통합 등 조정이 불가피하다.

합구 대상지역 중 주목되는 곳은 여권의 거물들이 몰린 부산 지역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산 영도)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같은 당 유기준 의원(부산 서) 지역은 모두 인구가 모자라 합구 대상이다. 그런데 서구와 영도 사이에는 정의화 국회의장(무소속) 지역구인 중·동구가 자리하고 있다. 부산 지역 의원들 사이에는 “중·동구를 서구와 영도로 떼어주면 해결된다”는 주장과, “국회의장 지역구를 없애자는 얘기를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반박이 오가고 있다.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경북과 전남·전북에서는 2석 안팎씩 줄어드는 게 불가피한 가운데,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경북에서는 영천(정희수), 상주(김종태), 문경·예천(이한성), 군위·의성·청송(김재원), 영주(장윤석), 김천(이철우) 등 6개 선거구가 인구 미달이고, 경산·청도(최경환)가 인구 초과다. 경북의 한 의원은 “군위·의성·청송과 상주를, 문경·예천과 영주를 각각 합치고, 경산·청도에서 청도를 떼어내 영천과 붙이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천은 인구 하한선에 4400여명 모자란데, 혁신도시로 인구가 늘고 있어 내년 말까지는 인구 수가 충족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품평’에 대해 영주의 장윤석 의원은 “그건 편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불쾌해 하면서 “나도 구상이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 보좌관은 “통합 대상 지역 의원들은 모두 자신의 현 지역구는 그대로 유지한 채 인근 지역구의 일부를 자신에게 떼어오길 원하기 때문에 서로 불편한 감정이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6곳이 합구 대상이 된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의석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경계선을 조정해보자”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전남 무안·신안(이윤석)을 인근의 목포(박지원) 일부나 함평과 합쳐서 유지하고, 전북은 무주·진안·장수·임실(박민수)에서 임실을 남원·순창(강동원)에 붙이고, 무주·진안·장수는 완주와 합치는 방안 등을 통해 의석수 감소를 1~2석으로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 고흥·보성(김승남)은 인근 지역과의 조정이 어려워, 접해 있지 않은 인구 초과 선거구인 순천·곡성(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서 곡성을 떼어 붙이는 ‘개리멘더링’까지도 의원들 사이에 거론된다. 고흥·보성의 김승남 의원은 “나 살자고, 접해 있지도 않은 남의 지역구를 떼어오기는 힘들다”며 “인구를 따져 전남 전체의 의석수를 결정한 뒤 그에 맞춰 전반적인 선거구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신안의 이윤석 의원은 “헌재가 농산어촌 지역민의 의료, 복지, 교육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역 대표로서 체면 따질 것 없다. 철저히 소회당한다면 개리멘더링이 아니라 혁명이라도 할 것”이라고 격분했다. 김춘진 새정치연합 의원(고창·부안)은 “헌재가 선거구를 유권자 수가 아닌 인구 수로 따진 것은 판단 착오”라며 “유권자 수로 따지면 (노장층이 많은) 농촌 지역의 선거구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서울 면적의 6.9배로 면적 1위 선거구인 철원·화천·양구·인제와 서울의 4.7배인 홍천·횡성이 합구 대상이다. 홍천·횡성의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두 지역구를 합치면 강원도 면적의 절반이 된다”며 “서울은 국회의원이 48명인데, 이 넓은 땅을 혼자서 대표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군 부대 밀집지역인 철원·화천·양구·인제의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 지역으로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병사들 10만명도 지역구 인구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에서는 맞닿아 있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부여·청양과 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공주가 합구 대상이다. ‘여당 거물’과 ‘야당 신인’의 생존 게임으로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지난달 헌재 결정 직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만나 “박 의원, 앞으로 나한테 하는 거 봐서 결정할 거야”(이완구), “충청권을 위해서 국무총리를 하시면 되겠다”(박수현)며 우스개를 주고 받았지만, 선거구가 통합되면 일전을 벌여야 한다.

‘합구 대상’이라는 같은 처지에서도,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중대선거구제, 도농복합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 주체를 두고 의원들은 기존처럼 국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외부 기관에 맡기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에 맡기고, 선관위가 마련한 안에 대해 국회는 심의 없이 가부 표결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국회나 중앙선관위가 아닌 제3의 독립기구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고, 획정안은 국회 심의 없이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스웨덴은 각각 주 의회와 국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한다. 일본은 정부(총리) 산하의 선거구획정심의위원회에서 획정안을 마련하면 의회에서 심의해 결정한다. 독일은 중립적 기구에서 마련한 획정안을 국회에서 심의한다. 영국은 중립적 기구에서 마련한 획정한을 국회가 수정 없이 가·부 결정만 한다. 프랑스는 독립형 자문기구인 헌법평의회가 선거구획정지침을 마련하면 최고재판소가 최종결정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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