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뒤 소속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시대과제로 처음 제시한 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지적도
성장·복지 균형발전 등 제시…새정치 “놀라운 명연설” 극찬
사드 배치는 거듭 주장해 ‘경제 좌클릭, 안보 우클릭’ 포석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지적도
성장·복지 균형발전 등 제시…새정치 “놀라운 명연설” 극찬
사드 배치는 거듭 주장해 ‘경제 좌클릭, 안보 우클릭’ 포석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진영을 넘어선 ‘합의의 정치’를 강조하며, ‘보수의 새 지평’으로 성장·복지의 균형발전과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서민·중산층에 방점을 찍은 부자·대기업 증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화 등 진보적 의제들을 내세워 야당도 “놀라운 명연설”이라며 극찬했다.(▶ 바로 가기 : [전문] 유승민 원내대표 연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뉴 플랜’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는 사실을 토로하며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장애인, 결식아동,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 공약이자 새누리당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새누리당은 더는 공약가계부를 지킬 수 없게 됐다.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와 같은 단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처음으로 양극화 해소를 시대과제로 제시한 그분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며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고려하며 세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안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지론인 ‘사드 배치’를 거듭 주장하며 보수적 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간 직접 문장을 거듭 퇴고하며 이날 연설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겨냥해 ‘경제 좌클릭, 안보 우클릭’ 노선을 통해 보수층부터 중도층까지 지지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이날 연설이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물론이고, 여권의 보수적 경제관과 워낙 차이가 나 당내 지지를 받는 것부터 걸림돌이 많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유 원내대표 스스로도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현 방안에 대해 “당내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고 청와대와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대체로 “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야당 원내대표 연설 같다”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야당 대표도 아니고 개인의 생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의견이 갈릴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보수정당으로서의 새누리당을 살릴 수 있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진영논리에 갇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중도적 생각들과 의제들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4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마무리되면 내년 총선 대비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제시한 방안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며 “새누리당의 이런 새로운 변화가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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