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뒤 소속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정현 “이견 있을 수 있지만…” 불쾌감 노골적으로 드러내
원내대표 취임 후 ‘청와대 향한 쓴소리 행보’에 감정 격해진 듯
원내대표 취임 후 ‘청와대 향한 쓴소리 행보’에 감정 격해진 듯
대기업 증세·서민 위한 정당 등 진보적 의제들을 내걸어 야당으로부터 ‘놀라운 명연설’이라는 극찬을 받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같은 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는 뭇매를 맞고 있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원내대표가 그동안 실질적으로 당내 조율 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그런 사안에 대해서도 어제 언급을 했다”며 “그것에 대한 책임이나 이런 부분은 본인이 져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원내대표 연설을 ‘개인 의견’으로 폄하하고 이로 인한 후폭풍이 있을 경우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건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증세 없는 복지’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 두루 담겨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누리당의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새누리당은 더는 ‘공약 가계부’를 지킬 수 없게 됐다.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 국민 앞에 내놓은 대선 공약에 증세를 포함한 조세 문제가 언급돼 있다”며 “유 원내대표가 어제 말한 사안 중에는 내부 조율이 있거나 당내 컨센선스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 있는가 하면, 본인도 인정했지만 개인 의견도 있고, 얼마든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저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박들 사이에선 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취임한 뒤 전임 이완구 원내대표와 달리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는데, 이번 대표연설을 계기로 이들의 감정이 더 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집권당 원내대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황에 따라서 (청와대나 정부와) 조율하기도 해야하는데, (유 원내대표는) 직책에서 벗어난 행동을 너무 많이 한다”며 “청와대 정무특보도 그렇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원내대표가) 코멘트하는 것은 웃긴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의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새누리당도 (민심을 고려해서)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좌파적인 메시지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유 원내대표가 내세운 노선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메시지 자체로는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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