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균 국민모임 대표(왼쪽부터), 나경채 노동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낭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내에 단일정당을 만들 것을 선언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 4개 진보세력은 4일 단계적 통합을 거쳐 9월까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반새누리당-비새정치민주연합’이란 기치 아래 통합진보당 해산 뒤 남은 진보세력 대부분이 집결하는 셈이다. 또 ‘온건 진보’를 내세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제1야당 개혁’을 내세우며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통합 선언이 ‘야권 재편’과 총선 구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나경채 노동당 대표, 김세균 국민모임 대표,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능과 야합으로 무너진 제1야당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진보정치 역시 분열과 침체로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며 “올해 안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 양당이 대변하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더 크고 더 강력한 진보정당을 가시화하겠다. 오는 9월을 전후해 구체적 성과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4개 진보세력의 결합은, 가뜩이나 위축된 진보 세력이 지금처럼 나뉘어진 상태로는 진보적 대안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 지난해 말부터 추진돼 왔다.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보편복지 확대와 조세정의 실현 △노동자 경영참여제 도입과 재벌체제 개혁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과제로 하는 민주주의·민생·복지 정당이다. 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진보 결집이 더 강화된다면 이런 목표를 상향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들은 통합을 위해서는 “진보정당 혁신과 결집의 길에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북’ 논란에 휩싸여 해산된 통진당과의 통합에 대해서 천 대표는 “현재로서는 함께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도 “그들(통진당)도 자유를 누려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반통진당 노선이 아닌 비통진당 노선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들은 광주에서 ‘독자 세력화’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혁신 구상이 어떻냐에 따라 서로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4일 라디오 인터뷰)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천 의원도 ‘지금의 제1야당(새정치연합)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했지만, 진보통합파보다는 좀더 온건·합리적 개혁에 방점을 찍고 다소 거리를 둔 행보를 보여왔다. 천 의원은 5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개혁정치의 국가비전 모색’을 주제로 하는 10여회의 토론회를 열 뜻을 밝히는 등 독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스스로 말하는 대로 환골탈태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새로운 세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등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새정치연합 쪽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왼쪽’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려는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호남의 민심이 이반하는 상황에서 두 세력이 손을 잡거나 수도권에서 경쟁구도가 생기면 당락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새정치연합의 의원 워크숍에서는 “보수는 부패해도 살아남지만 진보는 분열하면 끝장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4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4·29 재보궐선거에서 4석 모두 패배한 이유 중 하나가 야권 연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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