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맨 오른쪽)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둘째)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김태호 최고위원(맨 왼쪽)을 향해 “해도 너무한다”고 발언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각각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고회의 30분만에 파행 종료
“(유승민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려라.”(김태호 최고위원)
“그만두라고 계속 얘기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해도 너무한다.”(원유철 정책위의장)
“한 말씀 드리겠다.”(김태호 최고위원)
“그만해. 회의를 끝내겠다.”(김무성 대표)
2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는 시작 30분 만에 중단됐다. 회의는 초반만 해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해온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침묵하면서 그냥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이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것 못 봤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회의는 파행되기 시작했다. 곧바로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해도 너무한다”고 나섰다. 그는 지난 2월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원내지도부가 됐지만 그동안 유 원내대표를 편드는 발언은 자제해왔다.
김태호 사퇴공세에 뿔난 김무성
“중복·삼복은 예의에 벗어나는일”
발언자제 원유철도 “해도 너무해”
김학용 “××야, 그만해” 거친말도 유승민 거취문제 지역별 분화 조짐
충청권 10명 “6일까지 결단 내려야”
부산경남 의원들도 ‘사퇴쪽’ 기울어
수도권 중심 비박계는 ‘사수’ 공언
이에 흥분한 김 최고위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 회의 끝내겠다”며 일어서 회의장을 나갔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 등에 대고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라고 소리쳤다.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이 그를 말렸다. 이를 바라보던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은 “에이, ××야, 그만해라!”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당 공식회의를 비공개로 바꾸고 의원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리면서 ‘집안싸움’을 막으려던 김 대표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를) 그걸 중복, 삼복한다는 것은 기본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최고위의 풍경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이리저리 갈리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대립하던 의원들은 지역별로도 갈리기 시작했다. 충청권 의원들이 영남권 의원보다 먼저 조직적으로 움직이려는 조짐을 보인다. 이인제·정우택·경대수·김동완·김태흠·김현숙·박덕흠·이장우·정용기 의원 등 10여명은 전날 모여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결정되는) 6일 본회의까지 사퇴를 안 할 경우 사퇴 촉구 방안을 논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충청은 박근혜 대통령 어머니(육영수)의 고향이기도 해 박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지역이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러다가는 영남권이 갈라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도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의원들이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티케이(TK·대구경북)는 물론 김무성 대표의 입김이 강한 피케이(PK·부산경남)도 유 원내대표 사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경남의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은 의원마다 반반으로 갈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흩어지면 다 죽는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사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해야 할 명분도 없고 사퇴를 할 만한 책임이 없지 않냐”며 “의원총회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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