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이종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4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영남지역 시도당위원장과 당원들이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려고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뉴스분석
비례 54석 유지한채 시행하면
새누리 호남 2석·새정치 영남 7석 늘어
지역독점구도 개선효과 있어
비례 54석 유지한채 시행하면
새누리 호남 2석·새정치 영남 7석 늘어
지역독점구도 개선효과 있어
“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를 요구하는 것은 분당을 막기 위해서다. 신당을 추진하려는 이들에게 지역구 공천 못 받아도 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회유 수단이 권역별 비례대표인 셈이다.”(새누리당 재선 의원)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친노·비노로 갈라진 새정치민주연합이 각 계파의 비례대표 공천권을 확대하고, 시민단체 출신 정치지망생들의 국회 진출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략적 주장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새누리당 핵심 당직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국민 여론은 현행 의원 정수 300석을 넘기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늘어나는 지역구 의석만큼 비례대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기에 더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 요구에는 ‘정략적 목적이 숨겨져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안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비례 의석을 현재의 54석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정당 지지율에 좀더 가까운 의석수가 나오는 것으로 <한겨레>의 시뮬레이션 결과 확인됐다.
■ 현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새누리·새정치 선관위가 최근 19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각각 11석과 10석의 의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현행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란 ‘거대 양당’이란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당투표를 기준으로 국민 42.8%의 지지를 받았지만 의석수는 과반(50.7%)인 152석이었다. 새정치연합도 정당득표율(36.5%)보다 많은 127석(42.3%)을 얻었다.
새누리당이 중앙선관위가 권고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제도를 실현하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2 대 1’(현행 4.55 대 1)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최대·최소 선거구 간 ‘2 대 1’ 인구편차(현행 3 대 1) 기준에 맞추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논리는 일면 타당하다. 헌재의 인구편차 기준에 부합하려면 지역구 의석수가 지금보다 14~20석 늘어날 개연성이 높은데, 이는 중앙선관위가 예시한 지역구(200석)·비례의석(100석) 기준과 상충되는 것이 사실이다.
■ 현 비례대표 유지해도 권역별로 하면 새정치 영남 7석, 새누리 호남 2석 더 확보 하지만 ‘새누리당의 영남, 새정치연합의 호남’이라는 지역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도 정치권에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실제 <한겨레>가 이날 새정치연합이 최근 마련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설계 방식대로 현행 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을 유지한 채 19대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해보니, 제1당인 새누리당은 7석, 제2당인 새정치연합은 8석이 줄고, 제3당(당시 통합진보당) 의석수는 15석, 제4당(자유선진당)은 3석 정도 늘어나 정당 득표율에 좀더 가까운 의석수가 되는 것으로 나왔다. 권역별로는 호남·제주권에서 새누리당이 2석(현행 0석)을 얻고, 영남권에선 새정치연합이 10석(현행 3석) 정도를 확보해 지역독점 구도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었다.
당 관계자는 “선관위 방식의 취약점인 초과 의석이 나오지 않게 제도를 설계했더니,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지 않고도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구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새누리당이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새정치연합은 조만간 이런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출할 방침이다. 공은 이제 새누리당에 넘어갔다.
이세영 황준범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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