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 도입 여부를 일괄 협의하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전날 제안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야당이 요구해온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선 의석수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도 “원래 취지가 좋고, 야당 대표의 제안인 만큼 여러 방안을 놓고 우리 실정에 맞는 안으로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김 대표의 이런 역제안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않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정개특위로 문제를 미뤄버린 느낌”이라며 “(김 대표가) 정치혁신을 주장하고 계신 만큼 좀더 책임있고 분명한 답변을 촉구한다”고 응수했다.
이날 여야 대표 사이에 오간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문 대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해석과 ‘김 대표가 야당안과는 다른 형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엇갈렸다. 하지만 김 대표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 자체를 긍정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안’을 언급한 대목은,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 지금의 여야 의석 구도를 흔들지 않는 제도라면 여야간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최근 국회의장 직속기구인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가 일본식에 가까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권고하기로 결정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자문위 관계자는 “10일 보고서 제출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겨레>가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자문위는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를 ‘지역주의 완화’와 ‘선거의 비례성과 공정성 확보’에 두고, 의원정수(300명)와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246 대 54)을 현행대로 유지한 채,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할당하는 안을 제시했다.
자문위 안은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는다는 점이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안과 같지만, 정당득표율이 각 당의 권역별 총 의석(지역구+비례) 수에 연동되지 않고 비례 의석 산출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선관위 안과 다르다. 지금의 전국 단위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쪼개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19대 총선 결과에 적용했을 때 각 정당의 의석수도 새누리당 24석, 새정치연합 20석으로 19대 총선 때보다 각각 1석씩 감소할 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새누리당은 호남권에서 1석, 새정치연합이 영남권에서 4석의 비례의석을 확보해 지역 독점 구도를 상징적으로나마 완화시키는 효과는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의석 분포상의 큰 변화를 피하면서, 지역구도 완화에 주안점을 둬 탄생한 절충안”이라며 “비례성을 높이는 효과는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연동형’에 크게 못 미치지만, 지역구도에 상징적 균열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새누리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거나 국회 통과를 염두에 둔 현실안인 셈이다. 다만 정치개혁 효과는 떨어지고 비례대표의 전문성과 계층·직능 대표성의 훼손도 우려된다. 여야 모두 자문위 안에 대해 “공식발표가 나올 때까진 언급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세영 황준범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