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
예산 나눠먹기 밀실심사 조명한 기사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비판받고도
왜 그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을까요?
예산 나눠먹기 밀실심사 조명한 기사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비판받고도
왜 그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을까요?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50인이 전체회의 7일동안 내놓은 질의들을 따져보는 기사였다.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회의록을 분석해 질의 933건을 데이터화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예산 심사 대표주자 50인은 정부의 예산안을 감시해야 했지만, 문제점을 지적한 ‘감액’ 질의는 3.4%에 불과했다. 31.9%는 ‘내 지역구 예산 늘려달라’ 같은 지역 민원이었다. 최고봉은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이었다. 지난 2일 오전 안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10분의 시간을 아래 8개 질의에 깨알같이 할애했다.
농업용수 부족 해결 위해 강화지구를 신규사업지로 지정하고 설계비 10억원 반영 필요
강화군 다목적 용수 개발 예산 10억 반영 필요
강화 국지도 84호선 착공 위해 국비 2억원 필요
아암도 해안도로 확충공사 국비 48억6000만원 필요
인천신항 진입교량 기본설계비 15억원 반영 필요
강화군 삼산면, 길정지구 수리시설 개보수 예산 반영 필요
강화군 서도면 하수도 정비 국고보조금 3억8000만원 필요
인천발 KTX 국비 200억원 요청 국비 반영 필요
그의 지역구는 인천 서구강화군을이다. 예결위원으로서 오로지 자기 지역구 예산 늘려달라는 얘기만 한 것이다. 질의 끝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찾았다. 국토교통부 차관만 대답하면 “경제부총리께서도 가능하시겠지요?”라고 물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만 답했을 땐 “부총리님도?”라고 물었다. 물론 시급한 지역구 예산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오직 그것만 하는 것은 의원들을 대표한 50인의 예결위원으로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10시50분까지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안 의원은 국가 재정 현안이나 복지 등 정책 예산을 묻는 질의는 한 건도 하지 않았다. (▶바로가기)
기사가 나간 19일, 마침 예결위 조정 소위 감액심사에 들어가게 됐다. 소위는 50명 중 15명을 또 추려, 실제 ‘칼질’을 하는 회의다. 서로 들어가려 한다. 감액 심사와 증액 심사로 나뉘는데 감액만 공개한다. 증액은 비공개라 ‘나눠먹기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가기) 감액 소위는 회의장 규모 등을 고려해 기자 1명이 대표로 번갈아 들어가는데, 내 차례였다.
야당 좌석엔 안민석, 정성호, 권은희 의원 등이 보였다. 여당 쪽엔 김재경 위원장과 김성태 의원…, 그리고 안상수 의원이 앉았다. 안 의원은 ‘예결위의 노른자’ 소위 15명 안에도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우리 기사는 봤을까?’, ‘너무 세게 비판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의 얼굴을 살폈는데, 웬일인지 그는 회의 내내 입을 떼지 않았다. ‘화났나?’, ‘뭐지?’ 하며 관찰하고 있던 찰라,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사안은 ‘로봇랜드’ 건설 예산이었다. 정부안을 야당에서 깎으려 하자 방어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침묵을 만회하려는 듯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로봇 산업이 우리나라가 다른 기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미래로 보면 10대 전략 사업이고 흔히 로봇을 전쟁 때 쓰고 그런 걸로 알지만 레저 등 여러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도 써야 하는데 이런 것을 개발하는 테스트 베드로 구상했고요. 로봇랜드에는 연구시설, 지원시설 등 지능형 로봇 개발 및 활용의 공공 목적의 시설로 로봇 산업의 활성화 위한 대규모 수요처 등을 양성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그런 사업….”
여기까지 듣고 감동받을 뻔 했다. 그의 입에서 ‘인천’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다. 우리의 로봇랜드는 인천 사업이었다. 심지어 그가 인천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시작된 사업이었다. 그런데 사업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집행율도 낮아 야당 의원들의 감액 타깃이 된 사업이었다. 야당의 ‘테클’이 들어오자 안 의원은 작전을 바꾼 듯 했다.
“이게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했습니다.”
그래도 야당의 태클이 계속되자 다른 논리를 내놨다.
“이미 너무 늦었어요. 지금이라도 그 방향성이 맞으니까, 땅은 어차피 있는 땅이니 (예산을) 집행을 해서 민간 투자 독려를 빨리 해서 진행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400억원 정도가 들어갔으니, 발을 빼기엔 늦었다는 것이다. 결국 결정을 못 내리고 ‘보류’로 넘어갔다. 보류 사업은 여야 1명씩이 참여하는 이른바 ‘소소위’에서 비공개로 논의한다. 소소위에서도 결론이 안 나면 여야 예결위 간사가 비공개로 합의해 결정한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소위에서 감액 없이 통과되는 게 최선이었을 텐데, 방어에 실패했다. 안 의원의 얼굴을 살폈다. 예능이었다면 이런 자막이 달렸을 것이다. ‘안무룩….’ 그는 다시 말을 잃었다. 이날 오전 내가 참관한 2시간10여분의 심사 시간 동안 안 의원이 제대로 의견을 낸 사안은 로봇랜드가 유일했다.
소위 취재를 마치고 오후에 다른 취재를 하는데 몇몇 보좌관들이 연락해왔다. 아침에 예결위 전체회의 분석 기사를 잘 봤다고 했다. 공통 의견은 ‘이 기사의 최대 수혜자는 안상수 의원이다’였다.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의원보다 지역 예산을 심사하는 기초의원에 가까웠다”는 기사 문구에도, “정부 예산을 국회가 감시·통제하기는 커녕 지역구 예산을 불리는데만 혈안돼 있다”는 우리 사설에도 안 의원은 좋아했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지역구에서 좋아할 기사라는 것이다. “에이 뭐, 그렇다고 좋아하기까지 하겠어요?” 하고 말았다.
지역구 도로 예산보다는 전체 보육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문제 예산 감액 의견을 많이 낸 한 의원에게 물어봤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냐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기사에서 칭찬 받은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저는 당장 동네에 다리 하나 놓는 것보다도, 아이들 보육,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리는 게 결과적으로 우리 지역구 어머님들 즉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예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의원이 많았다면 보육 예산이 크게 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 좀 끄적여볼까 싶어 들어갔는데 어랏, 뉴스피드에 안상수 의원이 떴다. 강화의 한 마을 잔치에 참석한 모양이었다. 어르신들과 악수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그의 타임라인에 들어가보니 어랏, <한겨레>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바로 그 비판 기사였다. 지역구 사람으로 보이는 한 페친이 안 의원을 칭찬하며 기사를 캡쳐해 올린 것이었다. 이 게시물에 ‘좋아요’ 목록을 눌러봤다. 안 의원의 ‘좋아요’가 살포시 눌러져 있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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