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왼쪽 둘째)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혁신모임’(가칭)이 ‘2016 민의에 응답하라’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러방지법 무리수 비판하며
“혁신적 보수의 길 가야” 조언
“혁신적 보수의 길 가야” 조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4·13 총선 결과와 관련해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 인식 결핍’을 매섭게 비판했다. 황영철, 김영우 의원 등이 속한 새누리당 혁신모임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초청 연사로 나선 자리에서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새누리당이 민주적 규범을 경시한 점이 크다”고 지적한 뒤, “무엇보다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윤리에 관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초점을 뒀다. 최 교수는 “임기 후반을 맞은 대통령이 자신의 세력을 확대, 유지하려고 당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민주주의 원리와 규범에도 어긋나며 정치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친박계를 앞세워 공공연히 당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청와대를 겨눈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정치가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여러 부분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총선 이전까지 민주주의가 후퇴를 거듭한 나머지 권위주의의 경계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거꾸로 (선거에서)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 예로, 새누리당이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킨 테러방지법을 들었다. 그는 “강력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범인 체포율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이슬람 권역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시민권을 제약하는 법을 제정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는 “새누리당은 과거지향적 보수가 아니라 혁신적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며 “보수적이되 좀더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이고, 다원주의적이며, 평화적인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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