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외부 집도의 모셔와야”- 친박 “전대만 관리”
방향타 쥔 정진석 원내대표 변화
“영입해 개혁”→“호시우보”로
방향타 쥔 정진석 원내대표 변화
“영입해 개혁”→“호시우보”로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성격을 둘러싸고 다시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 ‘유일한 지도부’로서 비대위 구성을 주도해야 하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5일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아주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체질 변화를 해야 한다. 당 내부의 문제점과 곪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집도의를 밖에서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형’ 비대위와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을 주장한 것이다. 김 의원은 영입 대상으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나 박찬종 전 의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비박 출신으로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는 정병국 의원도 “외부 비대위원장을 모셔와 당 지도체제 등도 손보는 혁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안에서는 7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정도로 비대위 역할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에서는 비대위 대신 당대표 아래 쇄신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최경환 의원은 “비대위보다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당의 비전과 쇄신 방안을 마련할 별도의 쇄신위나 혁신위를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도 전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모셔올 여건이나 시간이 촉박하다.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대표나 새로 뽑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당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계파 간의 시각 차는 당내 세력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비박계는 혁신형 비대위와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을 통해 당내 주류인 친박계를 견제하려 한다. 반면 친박계는 비대위 권한이 커질수록 총선 참패에 대한 친박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향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 여긴다.
방향타를 쥔 정진석 원내대표의 태도는 선명한 입장에서 신중한 태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 전 만든 공보물에선 “모두가 공감하는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일엔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혁신과 쇄신 방향을 논의해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는 뜻)하겠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9일 당선자 연찬회를 열어 비대위 성격에 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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