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7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원내대표단과 오찬 회의를 하러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무산됨에 따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인받지 못했다.연합뉴스
원내대표 선출 보름 안돼 휘청
친박-비박 사이서 진퇴양난 처해
비대위 구성서 정무감각 미흡 지적
친박-비박 사이서 진퇴양난 처해
비대위 구성서 정무감각 미흡 지적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 보름도 안 돼 치명상을 입었다. 친박과 비박 사이의 깊은 골에 깊이 빠져 진퇴양난에 처한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장 추인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가 3파전에서 결선투표도 없이 1차에서 너끈히 당선된 데는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았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뒤 “당이 친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원내대표단에 김도읍, 민경욱 의원 등을 배치하며 친박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박계에선 “친박 본색이 나타난다”는 말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지적에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비박 색채가 강한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내정하고 친박계를 거의 배제한 10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혁신위에 사실상 전권을 준다는 발표도 했다. 이번엔 친박계가 발끈했다. 친박계는 16일 혁신위원장, 비대위원 교체를 내걸며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다”고 물러섰지만 친박계는 결국 17일 상임전국위를 무산시키며 정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치명상을 가했다. 비대위원장직 겸임도 물거품이 됐다.
당내 양쪽 계파에선 비대위 구성 국면에서 정 원내대표의 정무 감각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 대표가 너무 급하게 상의도 없이 친박계가 쏙 빠진 인사를 했다. 전국위 준비도 너무 서둘러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 원내대표가 자민련이나 국중당 등에서 의원을 지낸 탓에 새누리당 뿌리와 세가 약하고 휘둘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래서 이날 비대위·혁신위 무산 사태는 정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거부’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를 열심히 도와줬는데, 비대위원들이나 혁신위원장 인선을 할 때 친박 원로와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해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