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공백 상태 수습책 마련을 위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왼쪽 다섯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존에 논의돼온 혁신위원회는 별도로 꾸리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합기구로 띄우자는 의견이 이 회의에서 다수를 이뤘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20일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통합한 ‘혁신형 비대위’를 새로 구성하자는 절충안에 공감했다. 비박근혜계 중심의 기존 비대위·혁신위를 백지화하자는 친박근혜계의 주장과, ‘혁신’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비박계의 명분을 버무린 형태다. 공을 다시 떠안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형 비대위’를 택하기로 최종 결정하더라도, 비대위원장과 위원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간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4선 이상 중진과 원내지도부의 연석회의에서 절반 이상의 참석자들은 비대위와 혁신위를 묶어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혁신형 비대위 위원장에 대해서는 “전직 당대표나 원로 중에서 모셔오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강재섭·황우여 전 대표 등이 거명됐다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면 왜 안 되느냐”고 하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은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원 구성 등 대야 협상에 집중해야 하니,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는 건 부담”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 비박계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보다 고분고분하고 거부감이 덜한 사람으로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4선 이상 중진 18명(정진석 원내대표 제외) 중 11명이 참석했다. 영향력이 강한 친박계 서청원·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불참했다.
중진들의 의견이 ‘혁신형 비대위’와 ‘외부 비대위원장’ 쪽으로 기운 것은 계파 대치 국면을 풀기 위해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데 친박계와 비박계가 일정 부분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친박계는 자신들이 싫어하는 이혜훈·김세연 비대위원 내정자는 꼭 교체하라고 주장하고, 비박계는 ‘바꿔선 안 된다’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 대신 새로운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데려온 뒤 명단을 새로 짜지 않으면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계 참석자는 “엄연히 친박, 비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을 골고루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강성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비박계 중심으로 10명의 비대위원을 꾸렸고, 친박계는 집단 반발로 상임전국위 추인을 무산시켰다.
이날 중진들은 혁신형 비대위를 최종 선택할지 여부는 정 원내대표에게 넘겼다. 하지만 혁신형 비대위 자체가 또 하나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정 원내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영남지역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누가 적합한지를 두고 친박과 비박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안을 내놔도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정 원내대표가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고,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형’이라는 수식어를 두고도 한 서울지역 의원은 “혁신이라는 이름만 붙을 뿐 사실상 전당대회만 관리하는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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