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구태스러운 모습이 안타깝다.”
김형오(사진) 전 국회의장은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등 3명이 모여 당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것에 관해 “문제를 해결하려한 선의는 이해하지만 방법과 내용은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 전 의장은 3자 회동의 가장 큰 문제는 절차를 무시한 과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의 요체는 과정과 절차다. 토론하고 대의를 모아가는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된다”라며 “그런데 의원의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다고 계파 수장들의 뜻만 수렴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를 해치고 보수 정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3자 회동이 과거 보스정치, 계보정치의 구태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과거 ‘3김 시대’에는 당내 실세 몇몇이 모여 전체 의원들의 뜻과 상관없이 당 권력구조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면 확고한 리더십이나 보안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며 “그러나 어제 회동은 권위나 대표성도 부족했고, 외려 계파 수장을 옹립하는 계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3자 회동이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시대적 소명을 망각시키는 데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두달 전 공천 파동을 지켜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그는 지난 10일 ‘새누리당 초선 의원 연찬회’ 초청 연사로 나서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의원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새누리당은 결국은 만만한 사람을 혁신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려는 것 같다. 내게 제안이 올 리도 없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