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국민이 인기영합 정책 선택”…새누리 첫 비대위회의서 일부 ‘황당 발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일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게 취임 축하난을 전했다. 김종인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용진 의원(오른쪽)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난을 들고 찾아갔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당내서도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첫 회의에서 일부 비대위원이 총선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출신의 오정근 비대위원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추락과 반전의 기로에서 많은 국민들이 인기영합 정책을 선택했다는 안타까운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자기반성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도리이고, 우리 경제를 살릴 마지막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경제에 대한 여당의 책임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야당의 인기영합 정책에 넘어간 국민 탓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돼 당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발언들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고, 혁신에도 걸맞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비대위원들은 당에 쓴소리를 내놨다. 변호사 출신의 임윤선 비대위원은 “지금 새누리당은 비유하자면 아주 매력 없는 이성이다. 능력도 없고 미래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며 “성격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맨날 다퉈댄다.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남자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인 이학재 비대위원은 “아는 분이 ‘친박·비박 찾다가 쪽박찼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했고, 비박계 의원인 김영우 비대위원도 “지긋지긋한 계파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혁신, 민생, 통합이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활동 목표”라며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혁신 작업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계파 청산을 해낼 것인지의 첫 시험대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친박계가 반대하는 유 의원 복당 문제는 비대위의 또다른 과제인 당대표 권한 강화와 당권·대권 분리 여부 등 지도체제 개편보다 훨씬 인화성이 높다. 일단 비대위는 조기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상욱 대변인은 회의 뒤 “복당 문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에서 가부간에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