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하며 당 대표 권한 강화
새누리당이 14일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대표 단일지도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2004년 탄핵 역풍 뒤 소통 강화 목적으로 마련된 집단지도체제는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내보인 끝에 12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최다득표를 한 1등이 대표 최고위원을 맡고 2~5등이 최고위원이 돼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집단지도체제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서청원 최고위원(2위) 등 다수를 차지한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옥새파동’까지 일어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뒤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8월9일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당 대표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부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지도부 개편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는 1인1표제로 1명을 뽑고, 4명의 최고위원들은 1인2표제로 따로 선출한다. 권 사무총장은 “전당대회에서 1등한 사람과 5등을 한 사람이 동등하게 최고위원의 권한을 지니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1, 2등이 전대 뒤에도 마찰을 빚고 합리적으로 당 운영을 못해 신뢰를 잃었다”라고 말했다. 단일지도체제는 지난달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 수장 최경환 의원, 비박 수장 김무성 의원의 3자 회동에서 가닥이 잡혔다.
‘식물 대표’와 ‘봉숭아학당식 최고위원회’ 경험이 생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일지도체제로 바꾸는 데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총선 패배 뒤 당을 재건하려면 대표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에선 바뀐 제도가 결국 친박계의 당 장악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1인1표제로 대표를 뽑게 되면 각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표 단속이 쉬워 조직력이 센 친박계가 대표가 되는 데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최경환, 홍문종, 이정현, 이주영 의원 등의 친박계와 정병국, 김용태, 김성태, 강석호 의원 등 비박계가 후보간 교통정리를 통해 대표 선거에 집중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대위는 또 과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한 사무총장이나 전략기획·홍보기획 본부장 등을 대표가 협의만 거치고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위는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며 45살 이하의 청년 최고위원 1명을 별도로 뽑기로 했다. 대선 후보로 나서는 이가 선거 1년6개월 전부터는 선출직 당직을 못 맡도록 한 당권-대권 분리조항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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