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반발…여전히 ‘가시밭길’ 예고
16일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복당 결정 소식을 들은 유승민 의원의 얼굴엔 홀가분한 미소가 흘렀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당 개혁과 화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복당 결정을 ‘쿠데타’로 규정한 친박근혜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당 복귀 과정과 이후 행보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그가 당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85일이 걸렸다. 총선 출마자의 당적 변경 마지막날인 3월23일 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여부를 결정짓지 않자 그는 “공천에서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나 민주주의,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뜻하지 않게 일찍 찾아온 복당 덕에 유 의원은 무소속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풀 수 있게 됐다.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며 시장경제 개혁과 공화주의 가치 실현을 주장해온 그는 무소속이라는 한계 탓에 운신의 폭과 관심도에서 모두 제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 비박근혜계로서는 대선주자 유승민이라는 든든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반면, 친박계로선 당 밖에 두려 했던 껄끄러운 존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복당 이후 유 의원이 당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대위 권력이 어디서 나오나? 의총을 열어 복당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복당이라는 비상대책위원회 결정을 최대한 흔들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거취 고민 국면이 또다시 유 의원을 흔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가 김 위원장 사퇴와 이로 인한 당 위기에 대한 책임을 유 의원에게 물어 또다시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유 의원은 정치 행보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당 뒤 바로 비박계 구심으로서 목소리를 낼 경우 친박의 집중적인 견제와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당장은 유 의원이 뭔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용히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8월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그의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특히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13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고 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유지하기로 해, 유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유 의원 주변에서는 “유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것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전망이 많다.
대신 유 의원은 당 개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성균관대 특강에서 “복당해 하고 싶은 일은 보수당 혁신과 변화”라고 말한 바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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