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 주제의 강연에 앞서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 비박계 진영에서 28일 ‘유승민 대선 직행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 의원의 존재감을 부각해 비박계 구심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처음으로 8·9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 선언 전에 유승민 의원을 만났다. 유 의원 본인은 ‘복당한 지 얼마 안됐고 여러가지 상황 탓에 이번(전대)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내게) ‘열심히 해보라’고 덕담을 해줬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유 의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권 도전까지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과 <교통방송>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지금 당헌·당규가 대권 주자는 당권(전대)에 나갈 수 없게 돼 있다. 당권을 나가면 대권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대권 주자는 대권에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유 의원을 그렇게 보고 계셔서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늘 포함되고, 새누리당 주자들 중에는 (지지율이) 많이 나오는 편 아니냐”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 돌고 있던 ‘유승민 전대 출마론’을 일축하는 한편 대선 주자로서 그의 중량감을 강조한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16일 복당한 뒤 당내 현안에 관해서는 ‘낮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유 의원의 전대 출마 가능성은 애초부터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대선 출마자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유 의원은 일찌감치 전대 출마를 선택지에서 뺀 것으로 알려진다. 당내에서는 유 의원의 내년 대선 도전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박계에서 나온 ‘유승민 대선 직행론’은 전대를 앞둔 결속력 강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계에 견줘 비박계의 약점은 표를 결집할 구심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소속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권에 있는 유 의원을 띄우면 세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적 보수’의 상징이자 대선 주자인 유 의원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 친박의 패권주의와 강경 보수노선에 거부감을 느끼는 당원들의 표심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선 직행론이 터져나온 만큼 유 의원이 서서히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