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박 의원들로부터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서청원 의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안에서 제기된 ‘서청원 당 대표 출마론’이 친박계 균열의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비박근혜계는 ‘과거 대 미래’의 대결로 전당대회(전대) 틀 짜기에 나섰다.
서청원 의원은 7일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서 의원 쪽은 “(출마 문제를 두고) 하도 이목이 쏠려 오늘은 외부에만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최근 사흘 연속 10여명의 강성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전당대회에 출마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출마 요청을 받아들이기엔 서 의원이 감수해야 할 위험과 대가가 크다. 2년 전 그는 박근혜 정권 초반이었음에도 당 대표에 도전했다가 김무성 의원에게 1만4천여표 차이로 대패했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한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 총선 공천 기간 동안 서열 2위의 최고위원으로 김무성 전 대표와 갈등한 탓에 공천 파동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전대에 나섰다가 패배하면 유력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물거품이 된다.
서 의원의 전대 출마를 권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서 의원은 ‘추대 형식이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안 나가겠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친박계 전대 출마자들은 ‘서청원 추대론’에 강한 반발감을 표시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온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통화에서 “추대는 안 된다. 경선을 거치는 것이 당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정현 의원도 서 의원이 나와도 완주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의원이 후배들 열심히 도와주겠다는 말씀을 했지, 직접 나간다는 말씀을 한 적이 없다. 출마를 열렬히 찬성하는 의원들만큼 반대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산이 깊을수록 골이 깊다”고 했다.
친박계 안에서는 ‘서청원 모시기’에 열심인 조원진·김태흠·이장우·김진태 의원 등 20여명의 강경파와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짙다.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 안에서도 ‘서 의원 출마는 아니다’란 의견이 많다. 친박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친박과 ‘강성 친박’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10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지금 일부 친박은 패권주의에 빠져 변질됐다”고 말했다. 서청원 출마론이 강성 친박계와 나머지 친박계의 골을 깊게 만드는 셈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서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면 이주영 의원이 비박계와 제휴해 맞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친박이 공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비박계는 서 대표 출마를 구태로 규정하며 압박에 나섰다. 앞서 최경환 의원도 명분 싸움에서 밀려 출마를 접은 바 있다.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서 의원을 겨냥해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세력, 도도한 민심의 요구를 거스르는 세력”이라며 “서 의원이 진정 친박 패권을 이끌어가고 싶다면 당 대표 경선에 당당히 나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판받으라”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최경환 의원 불출마 뒤 서청원 의원 출마를 요구하는 친박계를 향해 “‘닭 대신 꿩’ 식으로 몰려가 계파를 장악해야겠다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5_더민주 초선들이 ‘사고’에 대처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