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최경환·서청원 의원에 이은 세번째 변수가 등장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다. 후보 등록일(29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불거진 그의 출마 움직임에 전대 구도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25일 대구에서 머물며 전대 출마 여부를 저울질했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하루이틀 더 고심을 할 것 같다”며 “대선 도전의 목표를 계속 추구하는 것이 맞는지,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려 전대에 출마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헌·당규에서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전대에 출마해 당대표에 당선되면 내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엔 나설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 현재 당대표에 출마한 비박근혜계 주자들로는 친박근혜계의 당권 장악을 막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경기지사를 지내고 대선 주자로 거론돼온 그는 인지도 면에서 기존 당대표 주자들을 크게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그는 지난 총선에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갑작스런 김 전 지사의 출마설에 기존 주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비박계 후보들은 자신들의 후원자라고 여겼던 김 전 지사가 경쟁자로 돌아설 가능성 탓에 부글부글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통화에서 “그제 대구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더니 뜬금없다”며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나오는 것은 구태”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부산시의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내년 대선에서 의미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수성을)가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도 “출마 시기도 그렇고, 명분이 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쌓아온 가치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박계 주자들 캠프에서는 “총선에서도 패한 사람이 어떻게 당대표가 되어 내년 대선을 지휘, 관리할 수 있느냐”, “정치적으로 따르던 후배들의 길을 막는 것은 정치 도의가 아니다”라는 격한 말까지 나왔다. 친박계인 이주영, 이정현 의원도 “갑자기 출마설이 나오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지사가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전대 구도는 출렁일 전망이다. 당장 기존의 비박계 주자인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은 이날 따로 모인 뒤 “세 후보는 혁신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출마 움직임에 후보 단일화 등으로 공동대응할 뜻을 표시한 것이다. 한 비박계 캠프 관계자는 “세 후보의 단일화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역시 김 전 지사에게 맞서려 특정 후보 밀어주기에 나설 수 있다. 27일로 예정된 서청원 의원 주도의 친박계 의원 만찬이 주목되는 이유다.
유명무실하던 당대표 출마자 컷오프(예비경선) 제도도 가동될 수 있다. 김 전 지사가 출마를 선언하고 친박계 홍문종 의원까지 나서면 당대표 출마자는 8명이 되고, 이 가운데 3명은 여론조사로 탈락한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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