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가 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이상 기호 순서) 의원의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은 29일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정 의원으로 단일화했다.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가 결국 단일화된 비박계 후보와 갈라진 친박계 후보의 대결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병국 의원은 김용태 의원과 함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당 대표는 영광의 대표가 아닌 당원과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속죄의 대표이자 정권 재창출의 확신을 심는 희망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며 “혁신의 승리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부터 당 전당대회 혁신 단일후보는 정 의원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양쪽은 여론조사기관 두 곳을 정해 새누리당 지지자 70%, 일반 국민 30% 비율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날 마감한 새누리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자 후보 등록엔 정 의원을 비롯해 이주영·주호영·한선교·이정현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결국 비박계 단일 후보와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등 다수 친박계 후보들 사이의 계파간 대결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다른 비박계 후보인 주호영 의원은 정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최경환·서청원 의원을 대표 주자로 내세우려 했던 강성 친박계는 어떤 식으로든 친박계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 친박계 의원은 “좀더 추이를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5명의 주자들은 이날 밤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첫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서로를 향해 ‘계파 패권 행태를 그만 두라’며 공방을 벌였다. 후보들은 “진박 감별, 공천 개입 등에 연루된 강성 친박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한선교), “총선 참패하고 이렇게 책임지지 않는 경우는 처음 봤다”(주호영), “갑질 정치의 대명사인 친박 당 대표를 국민들이 용납하겠나”(정병국), “친박 패권 비판하더니 비박 단일화도 새로운 패권주의다”(이주영), “국민들은 당내 계파 얘기로만 허비한다고 한탄할 것”(이정현)이라며 날선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계파 갈등보다 전당대회 전체에 대한 무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후보들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데다, 새 대표의 구실 역시 대선 후보 관리 정도에 그치는 탓이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인물도 의제도 잘 안 뵈는 맥이 빠진 전당대회”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무총장급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같다”라는 말도 나온다. 2년 전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맞붙은 전당대회 투표율은 31.7%였지만 이번엔 훨씬 못미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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