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완상(80) 전 통일부총리가 경기도 산하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후보 공개모집에 단독 응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직접 한 전 부총리에게 공을 들인 결과라고 한다. 남 지사가 ‘합리적 보수’ 인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이어, 진보 진영의 원로 지식인으로 꼽히는 한 전 부총리까지 ‘영입’하며 대선을 향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 지사의 한 측근은 24일 “전날(23일) 마감한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공모 접수에 한 전 부총리가 단수로 신청했다”며 “심사 절차 등을 거쳐 다음달 초께 정식으로 이사장에 임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1997년 경기도가 세운 공익단체다. 한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초대 통일원 장관 겸 부총리를,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인 ‘햇볕정책’을,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낼 때 처음으로 화두로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부총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응모 배경에 대해 “경기도는 북한과 인접해 있어 남북 문화 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과의 음악 교류나 역사 탐방 등 문화 교류를 통해 날로 심화하고 있는 군사·정치·이념 대치를 녹여 내고 싶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교류의 물꼬를 트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 지사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이지만 ‘이사장으로 오시면 어떻겠느냐’는 요청을 여러번 받았다”며 “남 지사가 경기도 협치를 하고 있는 부분 등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차기 주자 가운데 한명인 남 지사가 한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것은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통해, 내년 대선으로 가는 전열을 확장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 지사는 지난 4월에는 ‘합리적 보수의 책사’로 불리며 한때 ‘안철수의 멘토’이기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의 도민 교육프로그램인 지(G)무크 추진단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6월엔 김화수 잡코리아 창업주를 경기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끌어들였다.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대선 주자들 가운데, 사회 각 분야에서 신망받는 인물들을 끌어모으는 데 남 지사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 화두를 일찌감치 던진 남 지사는, 앞으로 안보·교육·경제 등의 분야별 비전 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