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제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선일보>를 겨냥한 청와대와 ‘진박’ 김진태 의원의 폭로전이 새누리당 안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가 우선’이라는 당내 기류가 반영된 것이자 ‘개입해서 득될 게 없는 싸움’이란 셈법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초호화 외유를 제공받고, 이 회사의 사장 연임 로비를 시도했다는 김 의원과 청와대 쪽의 폭로가 나온 뒤에도 당 차원의 동조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 회의나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의 의중이라면 집단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던 진박 의원들도 “김 의원의 개인 플레이”라며 개입을 꺼린다. 폭로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이 30일 의원총회에서 “저 혼자만 총대를 메고 하는 것처럼 돼 있는 것 같다”라고 불평할 정도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거리 두기는 당 내부에 광범위한 ‘우병우 사퇴가 우선’이란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원내 지도부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수석부대표는 이미 여러차례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공개적으로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친박계 중진들도 우 수석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김 의원의 폭로를 우 수석에 쏠린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인식이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31일 통화에서 “최근 폭로전은 우병우 비리라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본질을 흐리려 물타기를 하는 걸 아는데 누가 선뜻 호응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폭로한 자료의 출처가 불투명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 의원은 “청와대나 검경, 국정원 쪽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어떻게 자료를 입수했는지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정당하게 자료를 취득했다고 명확히 밝히고 관련 정보를 당내 지도부·의원들과 공유했다면 공동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김 의원 편을 들고 나서는 건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 강성 친박 의원은 “김 의원이 어떻게 자료를 구했는지 전혀 모른다. 뭘 알아야 함께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례없는 청와대와 보수 언론의 대결이란 구도 탓에 의원들이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솔직히 조선일보는 지금껏 새누리당의 우군이었다. 의원들로서는 갑자기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기가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의중이라면 즉시 집단적으로 ‘자동반응’하곤 했던 강성 친박계가 주춤한 것도 상대가 또다른 보수 권력인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당 안에서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한 경남지역 의원은 “이런 싸움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보수도 분열되고 정권 재창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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