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총 격앙…정 의장 향해 막말 비판
사과 압박하며 의장실 점거시도까지
정 의장-서청원 면담하며 해결 물꼬
정 의장-여야 수시 접촉하며 정상화 끌어내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일 낮 국회의사당 정세균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려다 정 의장이 오찬 일정으로 나가고 자리에 없자 의장실 앞 복도에 앉아서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의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은 장기전 예상을 깨고 하루 만인 2일 저녁 막을 내렸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여야는 하루 종일 거친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도 막후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날 새벽까지 국회의장실을 점거했던 새누리당은 내내 격앙된 분위기였다.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당파성’을 비판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와 민생을 볼모로 잡은 의도적 정치적 테러”(이정현 대표), “정 의장의 사드 반대 주장은 민의를 왜곡하고 국익을 해치는 망언”(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다. 염동열 의원은 의원총회 발언에서 “정 의장을 뽑을 때는 중립적 입장에서 좋은 발효균이 되라고 뽑았다. 그런데 추경 파괴균, 민생 파괴균, 암과 같은 바이러스가 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변인들도 돌아가며 “좌편향적 이념”, “반국가적 처사”라고 거들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정세균 의장을 찾아가 사과와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정 원내대표에게 “‘추경안을 비롯한 현안이 본회의에서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한 것에 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야기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표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새누리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기습적으로 의장실 점거를 시도했으나 정 의장이 자리를 비우고 문이 잠겨 실패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의장실 앞 복도에 앉아 “즉각 사퇴하라”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한때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주말 내내 농성하는 계획도 짰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 헌정 사상 가장 희한한 상황이다. 여당이 우병우 지키는 행동대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새누리당이 ‘야당 연습 하는구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물꼬는 이날 오후 3시께 정 의장이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며 터졌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경쟁 관계에 있던 서 의원은 정 의장에게 먼저 만남을 제안한 뒤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 위임과 공식 사과 등을 두고 논의를 했다. 앞서 서 의원은 새누리당 의총장에서 “(정 의장이) 지나치게 오버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서 의원과 회동한 뒤 “국회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4시40분께부터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사이에 전화 접촉이 이뤄졌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과 계속 전화로 접촉했다. 더민주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도 수시로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사회권을 새누리당의 심재철 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원했으나, 막후 접촉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제안한 ‘박주선(국민의당) 부의장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새누리당이 20대 개원 국회부터 초강경 대응에 나섰던 것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초장에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위기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환경노동위에서 야당의 안건 단독 처리, 지난달 30일 추경 처리 약속 파기 등으로 잔뜩 여당의 경계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 의장의 편파적인 발언은 사실상 여당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여당에 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치 상황으로 추경예산안 처리까지 늦어지는 데 대해 정 의장과 여야 모두 부담감을 느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김남일 기자 sychee@hani.co.kr언니가보고있다 33회_김광진 “안희정 돌풍 상당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