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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나라, 왜 이리 조용하십니까

등록 2005-11-06 19:45수정 2005-11-07 15:01

주요현안 목소리 안내고 조용
10·26 재선거에서 4 대 0의 완승을 거둔 뒤, 한나라당이 잠잠하다. 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시끄러운 것에 견주면 ‘승자의 여유’일 수도 있지만, 당 안팎에선 “제1 야당이 정치와 정책 모두에서 방향과 힘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난맥상= 한나라당은 야당의 가장 중요 임무 가운데 하나인 예산안 심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 초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8조9천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았으나, 아직까지도 감세와 예산 삭감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감세 규모만큼 예산을 줄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부족한 세수를 메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도, 새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달이 지나도록 예산삭감 목표치마저 감감 무소식이다.

감세안·쌀비준안 당론없이
강교수등 국지쟁점 매달려
17일 대표자회의 돌파구될까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의 ‘간판 정책’이었던 감세안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주도했던 한 의원은 “당내 절차를 밟지 않았고 의원들도 잘 모른다고 해서, 오는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민생 현안인 쌀협상 비준 동의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신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민주노동당은 “농민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당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북정책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강재섭 원내대표가 지난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북 퍼주기’라는 용어를 삼가자”며 유연한 대북정책을 주문하자마자, 강경 보수성향인 김용갑 의원이 곧바로 성명을 내어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치받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 파문이나 전교조 부산지부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동영상 수업자료’ 등 외부의 돌출 사건에만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가 공언했던 ’구국운동’은 당내 동력을 잃었다는 게 대다수 당 관계자들의 진단이고, 전교조를 향한 공세에 대해서도 “당력을 집중하기에는 너무 국지적인 쟁점이 아니었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돌파구는 없나?= 당내에서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당원대표자대회가 현재의 ‘무기력’ 상황을 벗어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담은 당 혁신안이 이날 통과되고 나면 홍보본부장·기획본부장·사무총장·대변인·대표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 인사가 이어질 것이며, 이것이 당 쇄신의 가늠자이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원희룡 최고위원은 “그동안 ‘토론이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문제였는데,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 각종 정책과 인사에서 토론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앞으로 당내 발언과 행동에서 10배의 출력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직 인사를 놓고는 “측근 중심에서 벗어나 당 쇄신과 탕평이라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들도 눈에 띈다.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은 오는 10일과 30일 각각 ‘87년 체제와 한국정치’, ‘한국정치의 새로운 이념과 좌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다양한 이념 성향의 인사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인다.

당 차원에서 뉴라이트(신보수) 운동 진영에 쏟는 관심도 예사롭지 않다. 박 대표는 지난달 19일 ‘뉴라이트 네트워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7일엔 또 다른 신보수주의 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도 참석한다. 박용현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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