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3월13일이전에탄핵심판 사건이 선고돼야한다”고 말을 하며 재판정을 둘러보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6년의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국가적 중대 현안을 심리하는 도중에 이뤄지는 퇴임인 만큼, 후임 재판관 임명 및 소장 지명 등을 둘러싼 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지명·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여야가 임명절차를 진행하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나 의원은 이어 “재판관이 공석이 되면 사실상 탄핵 반대표가 확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 인용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 자체가 재판관 9명 가운데 1명의 확실한 반대표를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 의원의 이런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인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6조는 재판관 임기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대통령은 통상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까지 고려해 한두 달 전엔 후보자를 지명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권한대행 쪽의 어떤 움직임도 없다.
야당과 학계에서도 황 권한대행의 후임 재판관 임명이나 신임 재판소장 지명에 부정적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새로운 심리를 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심리를 종결짓는 쪽이 합당하다”면서 “황 권한대행은 과도체제 관리자이지 중요한 인사를 결정할 처지는 아니고, 국회에서도 (소장의) 인준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황 권한대행은 사고로 인한 권한대행이라 현상 유지적인 권한 행사에 머물러야 한다. 법리적으로도 소장 임명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탓에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최소 4개월의 헌재소장 공석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고 이후 두 달 동안 대선이 진행되고, 당선된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 국회 동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박 소장의 역할을 대행하게 될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이 3월13일로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이 끝나더라도, 3월13일 이후엔 재판관 2명의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국회가 조대현 재판관의 후임자를 정하지 못해 헌재가 1년 가까이 ‘8인 체제’로 운영된 적이 있지만, 재판관 2명의 장기 공석 사태를 겪은 적은 없었다. 7인 체제에서는 헌재 결정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이정미 재판관 후임이 ‘대법원장 지명 몫’인 만큼 대법원장이 조만간 후임자를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진환 김민경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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