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왼쪽)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본회의에 출석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처음으로 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에 이른 정부의 구제역 대응과 관련해 여야 정치권이 10일 일제히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을 성토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비판은 정부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집중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 권한대행을 상대로 에이(A)형 구제역 발생 사실을 7시간 30분이 지나도록 파악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송 의원은 “경기도 연천의 에이형 구제역이 9일 새벽 1시에 발생했는데, 이날 아침 열린 구제역 관계장관회의 때조차 보고를 받지 못했다.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참석했지만, 장관도 이를 몰라 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했던 게 아니냐”고 황 권한대행을 몰아세웠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회의가 끝난 뒤에 보고를 받았다”면서 “새벽에 제가 지켰으면 좋았을 텐데 못해서 안타깝다. 제가 면밀하게 해야 했지만 지금은 빈틈이 안 생기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송 의원은 “자리를 한 시도 비울 수 없어 국회 출석도 못 하겠다는 분이 구제역에 대해 (이렇게) 보고받지 못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구제역과 에이아이(AI·조류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창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후보 코스프레를 하며 정치판 기웃거리는 것을 그만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범정부 차원의 방역대책 수립과 집행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각 당 지도부도 구제역 대비 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황 권한대행을 몰아세웠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아침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제역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태인데도 황 권한대행은 이번 주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라는 실현 불가능한 지시만 내리고 있다”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른 생각하지 말라. 대통령 코스프레를 즉각 멈추고 구제역 대처 등 민생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질타했다. 정부가 보유한 백신(190만개)이 구제역 예방에 필요한 수량(255만개)에 턱없이 부족해 현재 농식품부가 백신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황 권한대행이 백신 수급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난 9일 “이번 주에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지시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농림부가 백신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안이하다. 농림부에만 맡기지 말고 황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일본의 경우 자위대도 동원해서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 정국이 모든 블랙홀이 돼서 국가안전망이 허를 찔리는 경우가 계속 나온다”면서 “허를 찔렸으면 거기에 대한 대응체계가 신속하게 되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모럴해저드가 됐는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정부의 뒷북 대응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군 투입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