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의원의 회고록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시간> 표지. 정 전 의원 제공.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회고록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시간>을 21일 출간했다.
정 전 의원은 인터넷 언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지난해 9~12월 연재했던 글을 모아 펴낸 이 책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려시대 묘청의 서경 천도 실패를 ‘조선역사 일천년래 제일대 사건’이라 주장했지만, 나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조선역사 일천년래 제일대 사건'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썼다. 그는 “박근혜 드라마는 앞으로 100년 후, 500년 후, 1천년 후 각종 영화나 연속극의 소재가 될 것”이라며 “권력 사유화의 극치로 인한 국정농단 사태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자신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고백도 담겨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으나 정권 초기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과 각을 세우다 권력 핵심에서 밀려났다. 그는 이명박 정부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의원은 “대통령 당선 때까지는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견지했지만 집권 뒤 친기업 반서민정책으로 일관했다. 4대강 사업도 역사에서 추앙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이 전 대통령의 업적주의 사고가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지난 10년 새누리당 정권의 대북정책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정부가 됐다. 오히려 몇 차례의 도발과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 그리고 다섯 번의 핵실험 등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책에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는 과정과 정부 출범 이후 핵심 그룹 내부에서 벌어졌던 권력과 노선 투쟁의 비사들도 담겨있다. 그는 이 책을 두고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말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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