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파란 풍선, 노란 막대기, 부부젤라…야구 개막전 같았던 민주당 고척돔 경선

등록 2017-04-03 22:44수정 2017-04-04 18:42

마지막 수도권 순회경선에서 “우리는 한 팀” 외쳐
이재명에 0.3%p 차로 2위 하자 안희정 쪽 안도 한숨
문재인 “누구를 지지했건 이제부터 우린 하나”
“우리는 한 팀이다.”

마지막 경선은 역시 ‘통합’이었다.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현장투표를 앞두고 정견연설에서 문재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이름을 한명씩 불러가며 청중의 박수를 유도했다. “제가 아니라 우리가, 안희정 이재명 최성이 함께, 박원순 김부겸도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의 한 팀,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문 후보는 “5년 가지고는 안된다. 10년, 15년 민주당 정부를 이어가야 한다. 자랑스런 동지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서 문을 열겠다. 정권교체의 문을 열도록 압도적 경선승리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수도권·강원·제주권역에서만 60.4%의 압도적 지지였다.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힌 문재인 캠프 쪽은 마무리 경선에서 당내 통합에 보다 방점을 뒀다. 행사장에는 평소의 ‘더 준비된 문재인’ 문구 대신 ‘모두의 승리, 문재인’ 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문 캠프의 선거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고척돔 앞에서 안희정 지지자들과 함께 “안희정”을 연호하다 들어오기도 했다. 문 후보는 정견연설에서 예비 후보들을 “우리 팀”이라고 부르며 “자랑스럽고 든든하지 않으냐”고 물어 박수를 이끌어냈다. 본선을 앞둔 문 캠프의 조심스럽지만 자신있는 행보다. 대의원 투표 전 만난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내일부턴 다시 못 쓸 명함”이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45% 이상 득표할 경우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이므로, ‘예비’ 글자를 뗄 것을 확신한다는 얘기였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ㆍ강원ㆍ제주 순회투표에서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이 화려한 색상의 가발을 쓰고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ㆍ강원ㆍ제주 순회투표에서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이 화려한 색상의 가발을 쓰고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안희정 지사 쪽과 이재명 시장의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2위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노란 플래카드를 든 안희정 지지자들과 오렌지색 깃발 등을 든 이재명 지지자 쪽은 일찍부터 경기장 앞에서 각각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마지막날 응원은 흥겹지만 과열 양상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상대 후보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개표를 기다리며 경기장 안에 자리를 잡은 안희정 지지자들은 노란 응원막대기를 들고 춤을 추며 “안희정”을 연호했고, 이재명 지지자들은 주황색 풍선을 흔들고 부부젤라를 불었다. 문재인 지지자들도 파란 풍선을 들고 “정권교체”, “문재인”을 외쳤다. 파란 풍선 대신, 파란 비닐봉지에 바람을 넣어 흔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를 하러 찾은 부모들도 종종 눈에 띄었고, 캠프 티 차림의 젊은이들도 적지 않아 경선 현장은 흡사 봄 시즌 개막을 맞은 야구장 같았다. 핫도그와 빵 등을 사들고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엔 9회말을 앞둔 긴장감과 기대가 뒤섞였다.

저녁 7시30분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하자, 고척돔은 지지자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문재인 후보는 현장투표, 자동응답투표 등에서 일관되게 압도적 우위를달렸다. 엎치락뒤치락했던 2, 3위 싸움 중 최종합산 결과에서 안 지사가 0.3%포인트 차이로 이 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잠시 숨죽였던 안 지사 쪽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압승을 거둔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파란색 종이를 접은 비행기를 2층 관중석에서 접어 아래층으로 날려보냈다. 다른 후보 지지자들도 축하의 뜻으로 각자의 색깔로 접은 비행기들을 연달아 날려보냈다.

후보 수락연설에서 문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좌우와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라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이때 카메라는 경기장 곳곳에서 지지자들이 ‘우리는 하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드는 모습을 비췄다. 문 후보는 “저와 세 후보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 안희정의 통합 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 이제 저의 공약이고 우리의 기치다”라며 ‘우리’를 거듭 강조하는 한편, “세 동지가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도록 제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더정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