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우택 “임을 위한 행진곡 안 불러” 해명성 언급에
문 대통령 먼저 나와 참석자 맞아
대통령 지시로 이름표 부착 생략
주메뉴 비빔밥 ‘통합·화합’ 의미
조각보에 손편지 담은 인삼정과 선물
격의없는 대화 예정시간 44분 넘겨
문 대통령 먼저 나와 참석자 맞아
대통령 지시로 이름표 부착 생략
주메뉴 비빔밥 ‘통합·화합’ 의미
조각보에 손편지 담은 인삼정과 선물
격의없는 대화 예정시간 44분 넘겨
오찬 이모저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19일 청와대 오찬은 ‘파격’과 ‘탈권위’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회동에선 국회 대표단이 먼저 도착해 대기하고, 박 대통령이 나중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회동 장소인 상춘재 앞뜰에서 먼저 기다리다가, 차례로 도착한 원내대표들을 일일이 맞았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만나 “아이고, 이리 나와 계시면…”하며 반가워했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항상 저희가 먼저 와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또 다릅니다”라며 웃었다. 회동이 열린 상춘재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은 공간이다.
5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왼쪽 가슴에 달던 이름표도 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과 방문객들이 관내에서 이름표를 달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는 또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울려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마련했다. ‘상석’을 따로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둘러앉도록 해, ‘여소야대’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오찬 메뉴는 비빔밥으로 준비해, 통합과 화합의 의미를 되새겼다.
회동이 시작된 뒤 정우택 원내대표가 자신이 전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은 것을 먼저 언급하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 대표님이 대통령의 ‘레이저’를 걱정하는데 문 대통령은 레이저가 아닌 문라이트, 은은하고 따뜻한 달빛만 장착돼 있다”고 얘기하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레이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매서운 눈빛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대통령이 “정무수석을 중량감 있는 사람으로 두었으니 이용해달라”고 말하자 전 수석이 “이용이 아니고 애용해달라”고 했다고 김동철 원내대표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모두 양복 재킷을 벗고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이날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씨의 ‘정성’이 돋보였다. 김정숙씨는 인삼과 꿀, 대추즙을 10시간가량 졸여 만든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준비했다. 인삼정과는 김정숙씨의 손편지와 함께 조각보에 싸서 원내대표들에게 전달됐다. 손편지에는 ‘귀한 걸음에 감사드리며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은 예정 종료시각인 오후 1시간30분보다 44분 길어진 2시14분에 마무리됐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어느 문제든 일일이 답변했고, 비교적 소상하게 솔직하게 답변했다”고 평가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하고 아주 격의 없이 대화에 임해 서로 언로가 트여 자연스러운 의견 개진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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