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여러 부대조건을 달면서도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런 방향은 지난 13일 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김홍일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정해졌다고 한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논의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이 중도개혁세력으로 노선이 정비되면 통합 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모임에 대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정계개편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석 의원은 “‘대통령의 탈당’과 ‘열린우리당의 노선정비’라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통합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라며 “의외로 급속하게 정치지형 재편 요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분당세력과의 합당 반대’를 천명하며 빗장을 걸어잠근 것에 비추면 적지 않은 태도 변화로 해석된다.
물론 민주당의 태도는 아직도 공식적으론 요지부동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분당세력과의 합당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만큼,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논의 내용이 알려지자 이날 열린우리당에선 예민한 반응이 나왔다.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을 뜯어보면 사실상 열린우리당 내부의 특정 정파를 배제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치실천연구회 대표인 이광철 의원은 즉각 “우리 당을 갈라 놓으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비상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춘 의원도 “열린우리당 내부의 통합론은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논의인데, 민주당 쪽의 통합론은 분명하지 못한 발상들에서 기인한 것 같다”며 “한 두사람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통합 논의의 큰 기저를 해쳐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최근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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