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사투리경연대회. 1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원도 사투리경연대회에서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장대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웰컴투 국회 동막골’ 의원들 강원도 사투리경연 열려
강원도 ‘동막골’이 국회로 옮겨왔다. 1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선 강원도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된 ‘웰컴 투 강원도, 국회의원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이계진·조일현·최연희·이화영 의원 등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들은 쭈뼛쭈뼛 무대에 올랐지만, 준비해 온 이야기들을 최선을 다해 사투리로 풀어냈다. 원주가 지역구인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강릉에서 태어난 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할 때 표준어를 썼겠느냐”며 “아마도 강원도 사투리로 ‘전하, 십만은 돼야 돼요. 갸들이 얼마나 빡센데요’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해, 청중을 웃겼다. 그는 “보통 특정 지방이 뜰 때는 사투리가 먼저 뜨는 경향이 있다”며 “강원도도 이제 곧 뜰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강릉시 출신 심재엽 한나라당 의원도 “강원도 사람들은 좀 우유부단하고 반응이 느린 특징도 있다”며 “예전 김동성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한발을 결승선에 쭉 내밀어 우승했을 때 다른 도 사람들은 좋아서 다들 난리법석이었는데 강원도 사람이 ‘그 발이 오른발이었드래요? 왼발이었드래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가 고향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투리로 당을 홍보하기도 했다. “지가 집이 강원도 강릉이래요. 우리 민주노동당이 중요한 법 하나 맨들라고 해요. 그기 애들 밥 맥이는 학교급식법이래요. 해까무(여성과 어린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가 커서 사는 세상은 다같이 잘 사는 평등한 세상 만들고 싶드래요.” 서울출신 이은영 의원 1등
“ ‘근데 있자나, 니 쟈들하고 친구나?’
…‘ 쟈들이 싸우면 내도 마이 아파∼’”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이는 뜻밖에 서울 출신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다. 남편이 강원도 태백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의원은 국회의원을 풍자하는 내용을 그럴싸한 강원도 사투리로 풀어냈다. “아씨요∼, 잠깐 내마를 좀 드러볼라우? 지낸 추석이었드래요. 온 식구가 흐뭇하이 구둘에 모예가 티브이를 보고 있었드래요. 그 상자 안에서 구케의원들이 나와 지지미 볶고 있는 기 아니겠어요? 시댁 얼신네가 지한테 ‘근데 있자나, 니 쟈들하고 친구나?’ 이러는 거 아니갔시요. 그기 참 남새시루워서리. 지도 얼굴이 뜨거워, 쟈들이 싸우면 내도 마이 아파∼. 맨날 지지미 볶고하는 거, 그거 아이라고 봐요, 아이라고 봐∼ 얼라들 보기에 남새시룹지도 아이에요?” 이 자리에는 경상도 출신 윤원호 열린우리당 의원, 전라도 출신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 충청도 출신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제주도 출신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 등도 찬조 출연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를 상으로 받아갔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제가 원체 느긋해서 전라도 사투리로 별명이 ‘지둘러’다”라며 “예전엔 경상·전라 두 지방 사투리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 강원도 사투리가 가세해 사투리도 지역균형을 이루는 것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자리를 주최한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 쪽은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강원도 사투리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나 즐거움을 주려고 행사를 마련했다”며 “이 행사가 지역감정 문제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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