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에 11일 청와대는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청와대에서 무책임의 극치니, 반대를 위한 반대니 얘기를 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12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발끈하고 야당에게 책임 전가하면 앞으로 국정과제를 위한 법안이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는 장담할 수 있겠나? 여기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국민의당의 반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 “청와대가 협치를 하지 못했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전북 출신인 김 후보자의 부결에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면 민심 이반 등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과거 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추천하기도 한 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구무언(입은 있으나 할 말이 없음)’과,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등 사자성어에 빗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쳤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저 자신과 청와대에 한 말이다. 유구무언은 잘 아시다시피 제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을 했던 사람이다”며 “청와대가 류영진 식약처장,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이런 자격 안 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다가 결국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을 낙마시키게 해서 교각살우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청와대와 여당으로 돌렸다. 그는 “그제 저녁에 우리 국민의당 중진 의원들이 모여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인준을 위해서는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러한 오만과 독주, 야당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철회하고 말썽 많은 자격 없는 식약처장을 해임하는 성의를 보여 달라는 요구를 여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가 오간 후에 청와대에서 별 반응이 없자 국민의당 의원들이 찬성하던 분들이 마음이 좀 돌아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의원은 “2시 표결(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되는 그 순간까지 어떠한 답변을 들었다는 말씀을 원내지도부로부터 의원들은 못 들었다”고 답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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