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좌파 국가사회주의’로 규정하며 “우리 사회가 겪는 혼란과 퇴행의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 국가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를 향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철지난 좌파 국가사회주의와 주사파식 사고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사전배포한 회견문에는 소제목을 포함해 ‘좌파’ 언급이 무려 18차례나 등장했고, 홍 대표가 직접 입에 올린 것은 14차례에 달했다. 이는 현 지방선거가 개헌 논의와 함께 맞물려 ‘지방분권 찬반’ 등을 묻는 선거로 프레임이 짜여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좌파 사회주의’ 심판론으로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폭주에 맞서 국민 여러분의 삶을 지키는 선거”라고 규정하며 “자유한국당이 무너진다면 이 정권은 좌파폭주를 넘어 좌파광풍으로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지지 호소에 앞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혼란과 퇴행의 원인은 바로 이 정권의 좌파 국가주의”라고 지적하며 정부를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좌파 국가주의’의 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비트코인 규제, 공무원 확대를 비롯한 소득주도성장론 등을 들며 각각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전형적인 국가주의의 산물” “청년층을 빚더미에 앉힌 것도 교조적 국가주의가 빚어낸 비극” “좌파 국가주의에 종속된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국가주의를 연계시키며,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의 정치쇼에 끌려다니면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국가주의가 주도하는 정권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특히 2030세대를 겨냥해 “우리 청년들은 단군 이래 가장 스펙이 뛰어나다고 할 정도로 창의와 역량이 뛰어난 세대다. 이들에겐 좌파 국가사회주의가 아니라 자유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개헌 시도는 대한민국 체제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개헌 비판론으로 이어갔다. 또 “북한 공식 명칭이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인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북한과 다를 것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개헌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색깔론’ 공세는 지방선거 표심을 겨냥한 전략적 발언으로 보인다. ‘좌파 국가주의’가 역사적으로 ‘스탈린주의’ ‘좌파 파시즘’ 등 전체주의와도 맞닿아 있는 개념인 데 비춰볼 때, 현 정부를 공격하면서 “좌파 국가사회주의”를 언급한 것은 개념 혼용이거나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홍 대표가 ‘좌파 국가주의 대 자유민주주의’ 구도를 배치한 것은, 대북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20~30대를 공략함으로써 안보·경제 분야에서 불만을 갖는 이들을 ‘개헌-반개헌’이라는 지방선거 프레임에서 빼내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지방선거는 개헌 대 호헌의 구도가 될 것’이라는 지방선거 프레임 규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영화 보고 울었다고 한 87년 체제의 민주화 헌법인데, 자기들이 신앙처럼 받들던 87년 체제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공박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홍 대표가 신년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직접 기자들을 지목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질문하는 기자들을 향해 “다시는 그런 질문을 하지 마라” “바퀴벌레 등을 막말로 받아들이는 것은 철부지나 하는 일” 등의 대답을 통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KNN이나 SBS에 대한 언급에서 언론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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