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17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댓글공작 수사 촉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부터 ‘체제 수호 투쟁’을 선언하고 ‘24시간 천막농성’에 돌입 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윤중로 벚꽃 축제가 끝난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 행사용 천막이 섰다. ‘대한민국 헌정수호 자유한국당 투쟁본부’로 쓰일 천막이다. 천막 뒤 본관으로 오르는 외부 계단은 초대형 태극기로 덮였다.
자유한국당은 17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의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야외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 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헌정 유린”으로 규정한 뒤, 무기한 밤샘 천막농성을 선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 뒤통수 치는 댓글 조작, 뒤에서 호박씨 까는 황제 갑질, 혹세무민하는 관제 개헌, 나라 곳간 거덜 내는 포퓰리즘을 반드시 몰아내겠다”고 했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지역별로 10여명씩 국회의원 당번을 짜 24시간 천막을 지키기로 했다. “현 정국 상황을 감안해 표정과 표현에 유의”, “복장 상의는 세미 정장”, “당번 교대시간은 아침 8시”, “식사시간에도 의원 항시 상주”, “주변 청소” 등 ‘장기농성 수칙’까지 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일 여의도 당사에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를 설치했다. 일주일 만에 ‘헌정수호 투쟁본부’를 또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4월 임시국회가 개의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여야는 본회의 한번 열지 못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거론하며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서라도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 사건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천막농성 중인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를 구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정부의 책임있는 조처”를 먼저 요구했다.
본회의장에서 불과 50m 떨어진 본관 계단 앞에 야당 농성 천막이 세워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국회 사무처도 ‘불법 점유물’에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17일 아침에 의원 30여명이 직접 천막 기둥을 세웠다.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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