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놓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줄곧 ‘깎아내리기’를 하는 데 대해 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가 민심과 괴리된 발언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를 ‘남북 합작 위장평화쇼’라던 홍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해제”라며 “한반도 위기 원인을 미국 등 외부에 돌리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황된 주장에 동조한 회담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또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민족 자주의 원칙'은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전선 전략이자 한국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며 “이 정부 주사파들의 책략에 넘어가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색깔론’도 재차 꺼내들었다.
여론 고립을 초래하는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이 계속되자, 당 안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홍 대표가) 위장평화쇼라고 하는 것은 남북 관계 진전 등을 긍정 평가하는 국민 생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후보들의 불만은 더 크다. 홍 대표의 최근 발언들이 보수를 결집하려는 의도라 해도 발언 수위가 시민의 기대치와 너무 동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인 유정복 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인 남경필 현 지사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박수 칠 거는 치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발언 등으로 민심 악화가 우려되자, 지방선거 후보자 사이에선 ‘나라를 통째로 바치겠습니까’란 당 선거 슬로건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광역단체 선거캠프 쪽은 “민생과 동떨어진 슬로건이라 좀더 생활밀착형 슬로건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자유한국당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무성)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입장문을 내어 “비핵화 문제 해결에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외형적으로 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대목을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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