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21일 오전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를 위해 줄어있는 여당쪽 투표소로 찾아가 일일이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방탄국회’에 대한 지탄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 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적인원 275명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모두 부결됐다.
이날 두 의원들은 각각 동료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과, 본인들의 신상발언을 통해 결백을 호소하고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먼저 홍문종 의원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기대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법원에서 당당하게 재판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제 밤잠 한숨 못자 입술이 터졌다”고 밝힌 그는 “1원짜리 하나 학생 코묻은 돈을 제 주머니에 넣은 적 없다. 그럼에도 검찰이 뇌물이니 교비 횡령이니 하며 이 자리에 세워 자괴감이 든다”면서 “당당하게 법원에 가서 제 무죄를 밝히겠다. 잘못한 점 있다면 죄를 달게 받겠다. 그러나 저를 구속할 사안은 아니라는 말씀을 확실하게 드린다. 홍문종 정치인생을 걸고 피맺힌 절규로 여러분께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 하면 어느 국회의원도 자유롭지 못하다. 거의 10년 전에 일어난,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가지고 이렇게 국회의원을 어렵게 한다면 이것은 검찰의 권력남용”이라고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홍 의원 발언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한 정유섭 의원은 “작고한 홍 의원의 선친 홍우준 전 의원이 병상에서도 직접 증언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증언을 듣지 않았다. 구순을 넘긴 홍 의원의 어머님도 위중하시다. 검찰이 이렇게 비정하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미움을 받는 국회의원이라지만, 다툼의 여지가 있는 건에서 정당한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뇌물·횡령·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21일 오전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 도중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권성동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권 의원도 강원랜드 쪽에 자신의 비서관 등을 채용해달라고 청탁을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업무방해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염동열 의원은 어린 자녀들을 거론하며 막판 ‘읍소’ 전략을 폈다. 염 의원은 최근 수사 결과 등에서 “검찰의 법리 적용과 달리 직접 증거나 강압의 구체성, 직권 남용의 위법 행위가 불분명하며, 외압 등도 전혀 무관함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검찰 추정과 다툼 여지가 많아 방어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3년간 오랜 수사가 주는 힘겨움, 특히 지난 1년간 반복된 언론 보도와 최근 40일간 고통의 시간들 때문에 하루하루 피폐한 삶을 연명해왔다”며 “43살 늦은 나이에 (가정을) 꾸린 (이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들의 학교생활은 물론, 한 가정이 절박한 위기로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운명은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맡겨졌다. 아침마다 ‘아빠 힘내’라는 둘째 녀석의 풀죽은 목소리가 아직도 제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며 말을 맺었다.
부결이 결정되면서 자유한국당은 ‘방탄국회’ 비판을 의식해 표정을 관리하는 한편으로, 이번 부결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존경하는 동료의원의 결과에 대해 겸허히 감사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수사 원칙에 (어긋나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은 더욱 겸손하고, 국민의 무서움을 잘 알겠다”며 몸을 낮췄다. 황영철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떠나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한 정당한 방어”라고 말했다.
표결 결과가 나오기를 본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던 홍문종 의원은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동료의원들에게 감사드리며, 정정당당하게 법원에서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표결 결과가 나온 뒤 본회의장을 떠난 염동열 의원은 “의원분들이 폐광지역의 어려움과 아픔을 잘 이해하신 것 같다. 겸손하게 여야 합치를 위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염 의원의 경우 여당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나왔는데, 염 의원이 많은 의원들을 만나며 설득했다고 들었다. 막판 읍소 전략도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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