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장례 절차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김종필 전 총리 최측근이었던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전 총리의 평소 의견을 존중해 가족묘가 있는 충남 부여에 안장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곳은 2015년 2월 별세한 부인 고 박영옥씨가 안장된 곳이다.
■ “6월초부터 노환 악화… 고인 뜻에 따라 가족장”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는 2008년 12월24일 뇌경색이 발병해 현대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자택요양 중에 올해 6월 초부터 노환이 악화됐다. 그러다 23일 오전 8시15분 가족이 보는 가운데 청구동 자택에서 영면했다”며 ”고인이 고향땅에 조용히 묻어달라고 말씀하셔서 가족장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인 당일 장례식장에서 간단히 영결식을 한 뒤 청구동 자택에서 노제를 하고, 서초동에서 화장을 한다. 그 뒤 모교인 공주고등학교에 갔다가 부여 선산 가족묘역으로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위원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맡기로 했다. 부위원장은 이영근 전 공화당 의원과 윤주영·한갑수·이영만·이태섭·김용재·정재호·김진봉·심태평·유용태·이근규·심재봉·정우택·정진석으로 구성됐다.
앞서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현충원에 모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고인께서 평소 조촐하게 부여 선산의 가족묘에 가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해 고 박영옥 여사와 합장할 예정”이라며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리가 별세하기 전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 의원은 “6·13 지방선거 직전에 아산병원에 바로 입원했다. 음식물을 못 삼키고 기력이 쇠락해 영양제 치료를 받았는데, 퇴원하시고 보름간 있다가 별세하셨다”며 “보름 전 문병 때도 눈을 뜨지 못하셨다”고 말했다.
■ 정진석 “김 전 총리 현대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
정 의원은 김 전 총리를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히 공언했던 유일한 정치지도자였다고 규정하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저는 김 전 총리의 정치문하생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먹먹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김 전 총리는 우리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걸출한 정치지도자"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도와 산업화에 기여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김대중 정부 출범 과정에서 이른바 디제이피(DJP) 연합을 통해 결정력을 발휘해 우리나라 여야수평 정권교체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기에 이 땅의 민주화에도 특별한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 2015년 부인 별세하자 “마누라와 같은 자리 눕겠다”
이날 김 전 총리의 장지가 충남 부여의 외산면 가족묘로 결정된 데는 그동안 김 전 총리가 여러 차례 ‘가족장’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총리는 2015년 2월21일 부인 고 박영옥씨가 별세하자 조문객들과 만나 “난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 같이 눕고 싶은데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 건 대통령이나 그렇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지에) 같이 나란히 눕게 될 거다. 먼저 저 사람이 가고 (나는) 그 다음에 언제 갈지…, 곧 갈 거예요. 난 외로워서 일찍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부인에게 지상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하며, 64년 전 아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떠나는 아내의 목에 걸어주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고 박영옥씨와 1950년 1·4후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1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인이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하자 김 전 총리는 휠체어를 타면서도 부인을 간병했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고 박영옥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이기도 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