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놓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벌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막말을 얹었다”며 분노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2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더욱 잘못된 선택”이라며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한 바 있다.
노회찬 의원이 소속된 정의당은 “수많은 막말의 어록을 남긴 홍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노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며 반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누구도 고 노회찬 원내대표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며 홍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그렇게 잊혀지는 게 두렵나. 타국에서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벌이고 있는 홍 전 대표는 자중자애하라”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그는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며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라면 응당 노회찬 의원의 비운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죽음을 미화한다느니, 훈계조로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것” “미국에서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29일 정오께 다시 한번 글을 올려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며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참으로 개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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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노회찬의 진보정치 여정